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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중국요리는 어떻게 세계 식문화를 바꿨을까

장병호 기자I 2023.10.18 00:03:00

중국요리의 세계사
이와마 가즈히로|816쪽|따비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최근 미국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냉동김밥’이 유행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K팝, K무비, K드라마에 이어 ‘K푸드’가 새롭게 부상하는 것일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한 ‘한식의 세계화’ 사업을 떠올려 보자. 아쉽게도 이 사업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만큼 한 나라의 음식, 요리를 다른 나라에 현지화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러한 통념을 깨고 세계화에 성공한 요리가 있다. 바로 중국요리다.

‘중국요리의 세계사’는 세계사적 관점으로 중국요리를 논한다. 중국요리가 전 세계의 다양한 요리에 끼친 영향, 격변의 근현대사 속에서 중국요리와 화인(華人, 중국인과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 모두를 일컫는 말) 사회가 각국의 정치·경제·문화와 어떻게 얽히게 됐는지 그 궤적을 좇아간다. 요리를 통해 다양한 인종과 사회, 음식과 문화가 섞인 전 세계의 ‘인종의 용광로’를 조명한다.

꼼꼼한 자료 검증이 특징이다. 저자는 요리에 얽힌 기원과 설을 검증하는데 집중한다. 중국 대표 요리 베이징덕은 사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후 유명해졌으며, 오리 요리는 베이징이 아닌 명나라 초기 수도 난징의 명물이었다는 이야기는 새롭다. 중국 음식점에서 접할 수 있는 회전 테이블이 일본에서 탄생했다는 설에 대해서도 저자는 이미 유럽과 아메리카, 중국 등에서 널리 쓰이고 있었다고 소개한다.

저자는 “중국 본토의 요리는 세계 각국의 화인 및 현지인에 의해 창의적 고안이 더해지고, 나아가 현지국의 내셔널리즘에 의해 규정되면서 아시아 여러 나라의 국민 음식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음식에 대한 책이지만, 한 나라의 음식이 다른 나라에서 새롭게 태어난 것처럼 문화에서도 포용력을 키우며 다문화주의로 나아가야 한다는 바람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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