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야마, 亞! 최초 '그린재킷'

임정우 기자I 2021.04.13 00:01:00

10년, 10번째 출전만에 마스터스 제패
19세 첫 마스터스 출전 이후
PGA 통산 5승..메이저는 무승
투어 통산 187번 대회서
일본 첫 남자 메이저 대회 우승

마쓰야마 히데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마쓰야마 히데키(일본)가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 중의 메이저’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제패했다. 처음 출전했던 2011년 이후 10년, 10번째 출전만에 이뤄낸 쾌거다.

마쓰야마는 12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쳤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마쓰야마는 단독 2위 윌 자라토리스(미국)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6번째 우승을 마스터스로 장식한 마쓰야마는 남자 골프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최초의 일본 선수가 됐다. 메이저 대회에서 아시아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건 2009년 PGA 챔피언십 양용은(49)에 이어 두 번째다. 마스터스에서 아시아 선수가 정상에 오른 건 마쓰야마가 처음이다. 2011년 아마추어로 마스터스에 처음 출전해 아마추어 부문 1위에 올랐던 마쓰야마는 통산 10번째 출전 만에 챔피언에 등극하며 그린재킷을 입는 영광을 안았다.

일본은 미야모토 도메키치가 1932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처음 메이저 대회에 도전한 이후 89년 만에 메이저 우승자를 배출했다. 마스터스에는 1936년 대만계 천칭쉐이와 도다 도이치로가 일본 선수로는 처음 출전한 바 있다.

1993년생인 마쓰야마는 2010년 아시아 태평양 아마추어 선수권대회를 제패하는 등 아마추어 시절을 화려하게 보냈다. 2013년 마쓰야마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상금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프로로 데뷔했다. 2014년 PGA 투어로 주 무대를 옮긴 뒤에도 마쓰야마는 맹활약을 펼쳤다. 그는 2013~2014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7시즌 연속 페덱스컵 랭킹 3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리며 톱랭커로 성장했다.

2013~2014시즌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던 마쓰야마는 꾸준히 승수를 추가하며 PGA 투어 통산 5승을 달성했지만 메이저 우승은 없었다. 그러나 마쓰야마는 자신의 PGA 투어 통산 187번째 대회에서 트레이드 마크인 백스윙 톱에서 잠시 멈췄다가 다운스윙을 하는 자신만의 스윙 루틴으로 메이저 우승의 한을 풀었다.

4타 차 단독 선두로 이날 경기를 시작한 마쓰야마는 1번홀(파4) 보기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마쓰야마는 흔들리지 않았다. 2번홀(파5) 버디로 분위기를 바꾼 마쓰야마는 8번홀(파5)과 9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채며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가장 까다로운 3개 홀인 아멘 코너(11~13번홀)도 무사히 넘겼다. 11번홀(파4)에서 파를 적어낸 마쓰야마는 12번홀(파3)과 13번홀(파5)에서 보기와 버디를 각각 1개씩 기록하며 아멘 코너에서 타수를 잃지 않았다.

그러나 파5, 15번홀에서 위기가 찾아왔다. 두 번째 샷을 물에 빠뜨리며 1타를 잃었다. 챔피언조에서 동반 플레이를 한 잰더 쇼플리(미국)가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마쓰야마와의 격차는 2타로 좁아졌다.

쇼플리가 무섭게 추격했지만, 마쓰야마는 마지막까지 리드를 내주지 않았다. 16번홀(파4)과 18번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냈지만 1타 차 선두로 경기를 마치며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이자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됐다.

마쓰야마는 우승 뒤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일본 선수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었는데 앞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들에게 마음먹으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개척자이자 본보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가족, 친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 일본에 그린재킷을 들고 가면 얼마나 행복할지 상상이 안 된다”며 “내가 일본 역대 최고의 골프 선수는 아니지만, 최초의 메이저 우승자로 이름을 남기게 돼 정말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우승 상금으로 207만(약23억2700만원)달러를 받은 마쓰야마는 세계랭킹 25위에서 14위로 뛰어올랐고, 페덱스컵 랭킹은 지난주 33위에서 7위로 올라섰다.

마쓰야마가 마스터스 정상에 오르자 일본에서는 축하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코로나19 영향이 길어지는 가운데 일본에 있는 모든 분에게 용기와 감동을 선사했다”며 “마쓰야마의 마스터스 우승은 훌륭한 쾌거”라고 밝혔다.

단독 2위에는 9언더파 209타를 적어낸 자라토리스가 이름을 올렸고 7언더파 281타를 기록한 쇼플리와 조던 스피스(미국)가 공동 3위에 자리했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컷 통과에 성공한 김시우(26)는 합계 2언더파 286타 공동 12위에 올랐다. 자신의 마스터스 최고 성적을 기록한 김시우는 내년 출전권까지 확보하며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이븐파 288타 공동 21위에 포진했고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5오버파 293타 공동 46위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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