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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했던 대면 공연…코로나 후 관객 소중함 더 커졌죠"

장병호 기자I 2022.02.22 00:01:00

[만났습니다]②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단원들과 힘든 시기 함께 극복하며 더 끈끈
"발레는 나의 삶 그 자체, 늘 감사하는 마음"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당연하게 생각했던 관객과의 만남이 이제는 너무 소중해졌어요. 올해 국립발레단 창단 60주년을 맞아서도 매일 관객과 무사히 만날 수 있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로 관객과의 대면이 중요한 공연예술계의 고충은 계속되고 있다. 국립발레단도 마찬가지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잇따른 공연 취소 등을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내 국립발레단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2020년 2월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3연임을 한 강수진 단장에게도 지난 2년은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공연 취소로 속상해하는 단원들을 챙겨가며 발레단을 이끌어야 했다.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내 국립발레단에서 만난 강 단장은 “늘 발레단을 생각했지만, 코로나19 이후로는 발레단에 대한 생각이 더 강해졌다”며 지난 2년을 돌아봤다.

공연 취소에도 단원들의 연습 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2020년에는 단원들의 재택 연습을 위해 국립발레단 후원회를 통해 발레 바(ballet barre)를 제공해주고 화상을 통한 레슨을 이어가는 등 신경을 쏟아부었다. 다행히 지난해부터는 공연 취소 없이 무사히 공연을 진행 중이다.

강 단장 또한 3연임 이후 해외 교류 등 많은 계획을 세웠지만, 갑작스런 코로나19로 대부분의 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강 단장은 “코로나19 이후에는 이미 생각했던 ‘플랜A’를 ‘플랜B’ ‘플랜C’로 바꿔가며 최선의 방법을 찾는 과정의 연속이었다”며 “발레단이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영상화 사업 등 많은 아이디어를 찾았고, 그 과정에서 발레단도 더 성숙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신작으로 안무가 프레데릭 에시튼의 희극발레 ‘고집쟁이 딸’을 선정한 것도 코로나19의 영향이다. 힘든 시기 관객이 보다 재미있고 편안하고 가볍게 볼 수 있는 발레를 선보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강 단장은 “매년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선보이기 위해 고전발레, 네오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로 프로그램을 꾸려오고 있는데, 올해는 관객에게 보답하는 의미에서 더 밝고 재미있는 ‘고집쟁이 딸’을 신작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강 단장은 발레단 예술감독으로 가장 뿌듯한 순간을 “모든 단원, 직원, 스태프가 하나가 돼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는 때”로 꼽았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관객과의 만남을 감사한 마음으로 간절하게 기다리는 이유다. 그는 “무대에 선 단원들이 전하는 희로애락을 관객이 좋아해 주고, 이를 또 단원들이 즐겨줄 때 저 역시 ‘힐링’을 받는다”고 말했다.

강 단장은 19세 때부터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활동하며 30년간 발레 무용수로 세계 무대를 누볐다. 2016년 현역 무용수 은퇴 이후엔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에 매진하고 있다. 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도 들 때가 있지 않을까 궁금했다. 강 단장은 “후회 없는 무용수의 커리어를 살았기에 다시 무대에 서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발레는 제게 삶 그 자체에요. 저는 발레를 통해 인생을 배웠고, 인생을 통해 발레를 알아갔으니까요. 발레는 단순히 기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감정과 연구, 지식이 다 같이 들어가 있거든요. 발레리나로서 힘들 때도 많았고,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후회는 없어요. 제가 예상했던 이상으로 너무 많은 것을 받았기에, 저는 그런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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