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장에도 레버리지 취한 시장…불나방된 개미

김윤지 기자I 2021.12.01 00:10:00

[CFD發 블랙스완 오나]
최대 2.5배 레버리지, 공매도도 가능
“반대매매·시장 왜곡 우려” 목소리도
업계 “전문 투자자 한정, 거래대금 미미”
"사전에 모니터링 철저히 해야"

[이데일리 김윤지 김인경 기자] 내년 증시 전망이 줄이어 하향 조정 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대표적인 레버리지 투자 수단으로 자리매김한 차액결제거래(CFD·Contract for Difference)가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정장에서 반대매매가 속출하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CFD는 실제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을 이용한 차익을 목적으로 매매하며, 진입가격과 청산가격의 차액을 당일 현금 정산하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를 의미한다. 2.5배에 달하는 높은 레버리지 비율이 장점이지만, 하락장에서는 반대매매 위험이 높다. 사실상 개인이 투자 주체임에도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대금으로 잡힌다는 점도 시장 왜곡 요인으로 꼽힌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낮아진 전문투자자 문턱, 레버리지 ‘불나방’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FD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2016년 최초로 선보인 교보증권을 비롯해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DB금융투자(자기자본순) 등 11개사에 달한다. 올해만 삼성, NH, 메리츠, 유안타증권이 신규 서비스를 도입했다. KB증권, 한화투자증권도 내년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잔액도 급증하는 추세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말 1조2712억6200만원 수준이었던 CFD 계좌 명목 잔액은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에 따른 대혼란으로 반토막 났지만 금세 이를 회복해 2020년 말에는 4조7807억5900만원 수준으로 올라왔다. 올해 들어 양도세 과세, 증거금률 40%로 상향 등 투자 여건이 강화됐지만 지난 6월말 4조8844억원까지 늘어나는 등 여전히 4조원 수준을 유지 있다. CFD 계좌를 보유한 개인전문투자자의 수 또한 2019년 말 823명에서 올해 8월말 4720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업계는 CFD 시장의 성장 배경을 낮아진 개인 전문 투자자 요건에서 찾는다.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높은 이해도 및 투자에 따른 충분한 위험감수능력이 있는 투자자다. 금융위원회는 2019년 11월 모험 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해 등록 요건을 완화했다. 기존에는 금융 투자 상품 잔액이 5억원 이상이고 순자산이 10억원 이상 등이 요구됐으나, 현재는 잔고가 최근 5년 중 1년 이상 월말 평균잔고 5000만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직전연도 본인 소득이 1억원 이상이거나 금융전문가로 해당 분야 1년 이상 종사 혹은 순자산가액이 5억원 이상(부동산 관련 금액 제외)이면 등록할 수 있다.

개인전문투자자에 한정돼 책임 소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고액 자산가 중심 절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증권사의 ‘입맛’에 맞아떨어졌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으로 수수료율이 높은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가 까다로워졌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거 급증한 개인 투자자 거래규모가 감소 추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글로벌 증시 흔든 빌 황, CFD 불씨 제공하나

CFD의 인기 비결은 레버리지다. 전문투자자는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은 않고도 실제 10억원을 투자해 25억원을 베팅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주가 흐름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배당주가 대표적인 CFD 계좌를 활용한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증시가 하락할때다. 레버리지 측면에서 매력적인 만큼 반대매매라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투자한 기초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면 미수금이 발생하고 추가 증거금을 내야하는데, 추가 증거금이 미납되면 증권사는 반대매매로 강제 청산한다. 상승장에선 레버리지 효과로 큰 더 이익을 봤다면, 하락장에선 똑같은 이유로 손실금액이 투자원금을 초과하게 된다.

반대매매가 속출하면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주가 하락 폭을 키우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지난 4월 한국계 헤지펀드 매니저 빌 황이 글로벌 투자은행(IB)에 100만 달러가 넘는 손실을 안긴 아케고스 캐피털 사태 또한 CFD와 총 수익스왑(Total Return Swap) 계약에서 촉발됐다. 포지션이 노출되지 않는 데다 5% 이상 보유시 공시 의무가 없으며, 거래금액이 실제 주문이 이뤄지는 외국인 혹은 기관으로 잡히는 등 ‘깜깜이’ 투자라는 지적도 받는다.

물론 업계는 반대매매나 시장 혼란으로 이어지기에는 규모가 미미하다고도 반박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부분 투자자들이 반대매매를 감안해 최저 증거금률에 맞추기 보다 넉넉히 사용해 잔액 대비 반대매매를 따져보면 크지 않다”면서 “기관과 달리 개인전문투자자는 반대매매가 엄격하게 적용돼 아케고스 사태를 개인전문투자자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항변했다. 뿐만 아니라 증권사에서 위험도에 대한 지속적으로 고지하고 있고, 일반 개인 투자자와 달리 개인전문투자자들은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 위험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존재하는 만큼 금융 당국의 감독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CFD는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 내년 1월 1일부터 CFD와 관련해 한국거래소에 증권사의 의무 보고가 이뤄지나 현재 자본시장법에서 CFD 관련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규모가 커지자 금융감독원은 CFD 증거금률 최저한도를 40%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행정지도를 지난달 시행했다. 그동안 증권사와 종목에 따라 10~30% 수준이던 증거금률이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에 따라 일제히 40%로 높아졌다. 1주당 10만원인 주식의 CFD 증거금률이 10%라면 과거에는 1만원만 내도 레버리지로 10만원의 효과를 봤지만 이제 4만원을 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증거금률을 통해 간접적인 규제를 하는 경우가 많고 일정 부분 과열도 줄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추후에도 팽창 속도가 과도하면 다른 방안들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장외파생상품인 만큼 투자자들이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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