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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경기 침체에 中企 곡소리 커졌다…은행권 부실채권 7조 육박

이건엄 기자I 2024.04.10 06:34:31

지난해 중소기업 대출 고정이하여신 6조9876억
1년 새 1조4194억 증가…6% 증가 대기업과 대조적
중기 대상 공격적 영업했던 국민·토스 증가세 가팔라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국내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부실채권 규모가 7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로 경영상황이 악화된 중소기업들이 대출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서 부실이 점차 확대되는 모양새다. 특히 KB국민은행과 토스뱅크 등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섰던 은행들의 부실채권 증가가 두드러졌다.

IBK기업은행 본사 전경. (사진=IBK기업은행)
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 전문은행 등 20개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고정이하여신은 6조9876억원으로 전년 말 5조5682억원 대비 25.5% 늘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 고정이하여신이 2조7026억원에서 2조8564억원으로 5.7%밖에 늘어나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총 대출 규모는 같은 기간 1049조에서 1089조로 3.8%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하거나 은행이 원리금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사실상 부실여신(채권)으로 금융사들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한다. 대출 자산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으로 분류하는데, 이 중 고정이하여신은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을 포함한다.

은행별로 보면 IBK기업은행(이하 기업은행)의 고정이하여신 규모가 가장 컸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특수한 목적 탓에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이 대거 몰리며 부실 채권 규모도 비례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은 2조9394억원으로 전년 말 2조2544억원 대비 30.4% 증가했다. 대출 규모도 같은 기간 230조7711억원에서 242조6194억원으로 5.1% 늘었다.

중소기업 부실채권 증가폭이 가장 큰 곳은 토스뱅크다. 토스뱅크가 부실채권을 장부상 손실로 처리하는 대손상각에 나서는 등 연체율을 줄이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토스뱅크의 부실채권비율과 연체율은 최하위권에 속한다.

토스뱅크의 중소기업 대출 고정이하여신은 지난해 말 기준 379억원으로 전년 말 31억원 대비 1107.9% 급증했다. 1년 새 중소기업 대출 부실채권이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총 대출 규모는 1조3099억원에서 1조7503억원으로 33.6% 증가했다.

4대 시중은행 중에서는 KB국민은행의 증가폭이 가장 두드러졌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기대감이 컸던 지난 2022년 경기 회복을 예상하고 중소기업 대출 자산 규모를 늘렸던 것이 부실채권이라는 부메랑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KB국민은행 여의도 본관 전경. (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고정이하여신은 8016억원으로 전년 말 4518억원 대비 77.4% 증가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규모가 각각 11.2%, 16.1%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140조1480억원에서 142조5676억원으로 1.7% 늘었다.

이처럼 금융권의 중소기업 대출 부실채권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은 경기침체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난 이후 금리와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중소기업 상당수가 보릿고개에 들어선 것이 연체율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중소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5를 나타냈다. BSI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즉 중소기업 상당수가 경영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어 중소기업의 연체율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며 “금융권은 보수적 기조 아래 손실을 적극적으로 인식해 부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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