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2.5㎜ 수십만개 유리구슬로 박은 일상…위성웅 '하루를 갖다'

오현주 기자I 2021.10.11 03:30:00

2021년 작
붓 대신 유리구슬 채우는 '재귀반사 회화'
보는 각도와 쏘는 조명에 따라 달리 보여
구상·추상 절묘하게 어울린 판타지 연출

위성웅 ‘하루를 갖다’(사진=선스페이스)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저 조합, 한참 생각해야 한다. 하늘이 보이고, 별이 보인다. 종이비행기까지도 알아볼 수 있다. 그런데 노랗고 단단한 저것은 바닷가 방파제에 쌓아둔 거대한 돌덩이 테트라포트가 아닌가. 그렇다면 하늘이라 믿었던 저 둥근 화면도 바다였던 건가.

작가 위성웅(55)은 일상의 단편을 옮겨놓는 회화작업을 한다. 특이한 것은 붓이 가는 대로 선과 면을 채우는 그림이 아니란 거다. 구슬이다. 지름 2.5~3.0㎜짜리 수만개, 수십만개의 유리구슬을 채우는데. 보는 각도와 쏘는 조명에 따라 달리 보이는 ‘재귀반사 회화’라 부르는 작업이다.

면 구성도 일반적이지 않다. 정사각형 화폭에 원형을 만들고 그 안에 일상의 여러 장면을 오버랩시키는 구성을 고집한다. 덕분에 작품에선 실제와 환영이 교묘하게 교차하는, 구상과 추상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판타지가 떠오른다.

15년간 박아온 유리구슬이란다. 주변에 흔히 보이는 식물의 잎을 선묘로 클로즈업하던 게 처음이란다. 이후에는 모든 게 ‘공중부양’했다. 부유하듯 떠다니는 사람 사는 풍경의 연출로 변주를 시작했다는 얘기다. 연작 ‘하루를 갖다’(2021)가 그 변주 위에 있다. ‘의도한 익명성’으로 저 풍경 안에 속한 이들이 누리는 ‘보편적 행복추구’를 보장한 것도 물론이다.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선아트스페이스서 여는 개인전 ‘하루를 갖다’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유리구슬. 122×122㎝. 작가 소장. 선아트스페이스 제공.

위성웅 ‘하루를 갖다’(2021). 캔버스에 아크릴·유리구슬, 100×100㎝(사진=선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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