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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잘 사주는 예쁜 나라..'어벤져스3' 흥행 키워드 3

고규대 기자I 2018.05.02 06:00:00

화려한 액션..역대 마블 히어로 총출동
유머와 풍자..잘난 척 하는 아이언맨 등
철학적 고뇌..대를 위해 소 희생 가능한가

닥터스트레인지(왼쪽부터), 아이언맨, 브루스 배너, 웡이 지구에 나타난 타노스의 부하와 한판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이 기사는 영화 스포일러를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게 많았다. ‘마블의 나라’ 대한민국은 또 다시 어벤져스에 열광 중이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개봉 6일 만에 누적관객 597만6232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2일 오전 기준)을 기록했다. 천만 관객은 떼 놓은 당상이다. 제작사인 마블픽쳐스에게 한국은 ‘티켓 잘 사주는 예쁜 나라’다. 포털사이트 검색어를 마블픽쳐스 캐릭터 이름이 점령한 것을 두고 ‘여기가 마블의 나라입니까?’라고 농담을 건넬 만하다.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이하 어벤져스3)는 2008년 ‘아이언맨’ 이후 시작된 만들어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19번째 작품이다. 가장 최근작인 ‘블랙팬서’까지 마블코믹스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모두 18편이었다. 원더우먼, 슈퍼맨, 배트맨으로 대표되는 DC코믹스보다 마블코믹스가 만든 영화가 더 사랑을 받는다. 그 원동력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는 캐릭터의 세계관을 풍성하게 만들어 이야기의 개연성을 높이고, 관객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 정교하게 오락과 철학을 동시에 담아내는 데 있다.

‘어벤져스3’는 태초에 생성됐으나 우주에 흩어져 숨겨진 인피니티 스톤 6개를 모아 생명체의 절반을 없애려는 최강의 빌런(villain) 타노스와 슈퍼 히어로의 대결이 주요 내용이다.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헐크, 토르 등 어벤져스 1편의 히어로 외에도 가디언즈오브갤럭시, 닥터스트레인지, 블랙팬서 등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등장하는 또 다른 히어로들이 각자의 세계관에서 상상불가능한 초능력으로 화려한 CG 액션을 보여준다. 여기에 권선징악이라는 구태의연한 히어로 영화에 머물지 않고 보편적 가치에 대한 고민을 풀어놓는다.

개봉된 역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최강 빌런으로 꼽히는 타노스. 그가 인피니티 스톤 6개를 모두 모으면 손가락을 한번 튕기는 것으로 전 우주의 생명체 반을 없앨 수 있다.
◇ 슈퍼 히어로와 최강의 빌런이 만드는 액션의 향연

‘어벤져스3’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10주년작으로 개봉 전이나 후나 전세계적인 흥행 폭발력을 자랑했다. 연출을 맡은 안소니 루소·조 루소 형제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감독으로 활동한 경험을 그대로 이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자신들만의 개성으로 창조했다.

‘어벤져스3’의 빠질 수 없는 매력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액션과 행성이 파괴될 정도의 압도적 스케일의 CG다. 공간을 넘나들고(스페이스 스톤), 현실을 조작하고(리얼리티 스톤), 정신을 지배하고(마인드 스톤), 최강의 힘을 만들고(파워 스톤), 시간을 마음대로 조정하고(타임 스톤), 영혼마저 소환할 수 있다(소울 스톤). 6개의 인피니티 스톤은 빅뱅 이후 각기 정수가 모인 결정체라고 하니, 이를 기반으로 한 갖가지 상상력이 불과 5분을 멈추지 않고 관객의 시선을 자극한다.

유머와 풍자, 액션과 경외 등 기존 작품을 넘어선 만듦새도 버여줬다. 아이언맨의 잘난 채 하는 위트, 가디언즈오브갤럭시의 멤버 스타로드의 피식 웃음이 터지는 수다 등 마블 캐릭터의 면면을 제대로 살렸다. 앞선 작품을 모두 보지 않았더라도 ‘어벤져스3’ 단 한 편으로도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충분하다. 히어로와 타노스의 부하로 등장하는 에보니 모 등 빌런을 모두 합쳐 30명 가까운 주요 캐릭터가 등장함에도 영화가 산만하지 않도록 짜임새를 갖췄다. 전체를 살리기 위해 반절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타노스의 시점과 그의 이동을 중심을 스토리를 풀어낸 게 묘수였다. ‘타노스가 돌아온다’는 영화의 마지막 자막처럼 타노스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색다르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수 있는가, 아니면 생명은 절대불가침의 가치인가. 히어로와 빌런의 대결은 철학적 질문과 맞닿았다.
◇ 소의 희생이 가능한가 철학적 물음까지

‘어벤져스3’가 단지 오락 영화에 머물지 않은 이유는 영화가 담고 있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문제 제기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양분된 어벤져스 멤버를 통해 절대선이 존재하는가 고민했다면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수 있는가 또 다른 철학적 문제를 제시한다. 뒤틀린 타노스의 신념은 단지 악당에 머물지 않고 관객의 이해를 구하는 캐릭터 구축에 성공한다. 자신을 희생해 타노스의 광기를 멈추려는 비전에게 말하는 캡틴 아메리카의 대사를 오역했다고 관객이 분노(?)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자막에서 ‘친구를 버릴 수 없어’로 번역된 문장의 실제 대사는 ‘생명을 거래할 수 없어’(We don‘t trade lives). 눈을 어지럽히는 볼거리 속에서 감춰진 영화의 메시지를 몇몇 오역으로 심각하게 훼손된 셈이다.

영화의 철학적 문제 제기는 하버드대 철학과 교수 마이클 샌델의 강의로 유명해진 ‘기관사의 선택’에 대한 논의까지 이어진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차를 모는 기관사가 선로 앞에서 맞닥뜨린 5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다른 선로를 선택해 1명을 희생할 수 있느냐는 질문, 그리고 이대로 두면 전 우주가 죽을 수 있으니 생명체의 반을 죽여서라도 나머지 반을 살려야겠다는 타노스의 왜곡된 광기에 대한 의문은 닮았다.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던 몇몇 히어로가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랑을 포기하지만 그 조차 끝내 이루지 못하는 것도 역설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국민’과 함께 ‘사람’이라는 개념을 새삼 강조한 배경도 생명이라는 가치의 신성불가침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다.

‘어벤져스3’는 하늘을 넘어 우주를 넘나드는 슈퍼 히어로의 활약상에 관객이 나도 저렇더라면 상상에 날개를 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생명, 사랑, 가족애 등 슈퍼 히어로의 고민이 평범한 인간의 그것과 다름없다면서 관객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낸다.

‘어벤져스3’는 천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몇몇 오역에 대한 논란, 영화의 숨겨진 장면에 대한 해석, 그리고 벌써 차기작에 대한 상상까지 관객의 자발적 바이럴마케팅이 이어지고 있다. ‘어벤져스3’는 영화의 마지막에서 최강의 히어로 ‘캡틴 마블’의 등장을 암시한다. 관객은 영화의 마지막 히어로의 희생에서 좌절이 아닌 희망을 찾아냈고, 벌써 다음 편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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