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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시련을 멘탈로 극복한 이승현 "골프, 이제 알 것 같아"

김인오 기자I 2014.05.07 06:01:00
이승현이 4일 전북 무주 무주안성CC에서 열린 ‘제4회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 마지막 3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우승을 차지했다.(무주=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이승현(23·우리투자증권)이 4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4회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시즌 첫 우승이자 프로 통산 3승의 쾌거다.

대회 사흘 내내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지만 우승 순간 눈물을 보이진 않았다. 난관을 이겨낸 자신을 칭찬하듯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었다. 이승현은 “시련이 날 더 강하게 만들어줬다. 세 번 겪어보니 이제야 골프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3승 모두 드라마였다. 2010년 KLPGA 정규 투어에 입성한 이승현은 2011년 5월 열린 러시앤캐시 채리티 클래식에서 생애 첫 우승을 신고했다. 당시 경쟁 상대는 2010년 상금왕 이보미(26). 이승현이 넘기에는 벅찬 상대였다. 하지만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침착함을 잃지 않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지난해 10월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는 ‘메이저퀸’ 박인비(26·KB금융그룹)와 맞닥뜨렸다. 박인비는 세계가 인정하는 퍼트 달인. 퍼트 싸움에서 밀리면 자칫 경기를 망칠 수도 있는 최종라운드였다. 하지만 이승현도 KLPGA 투어에서 내로라하는 퍼트 실력자. 결국 2타 차 우승을 거머쥔 이승현은 “박인비와의 경쟁, 부담스러웠지만 잘 헤쳐나갔다”며 “박인비 선수의 퍼트 리듬이 매우 좋았다. 하지만 일부러 배우려고 하면 내 경기가 망가질 수 있다. 나는 내 리듬에만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앞선 2승과 달리 3승째는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냈다. 불시에 찾아온 복통, 굶주림, 쫓기는 자의 긴장감. 그 무엇도 이승현의 우승을 막지 못했다. 험난한 일정이었다. 1라운드를 마치고 갑자기 찾아온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았던 이승현은 2라운드에서는 음식에 입을 대지 못했고, 최종 라운드는 죽으로 식사를 대신했다. 체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우승 후 “먹지 못해 너무 힘들다. 그냥 누워 있고 싶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2위에 2타 차로 앞서며 시즌 첫 승을 달성했다. 정신이 육체를 이겨낸 셈이다. 이승현은 “‘볼을 제대로 맞힐 수나 있을까’라는 걱정으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했다. 하지만 우승이 보이면서 믿을 수 없는 에너지가 생겼다. 골프를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었던 최고의 경기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위기 순간에도 강력한 멘탈로 극복했다. 이승현은 최종라운드 3번홀(파3)에서 티샷을 워터 해저드로 떨구면서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5번홀(파 4)에서도 보기를 범했다. 4타 차 단독 선두가 공동 선두가 됐고, 역전 위기로 심리적인 압박은 극에 달했다. 이쯤 되면 무너질 수 있는 상황. 이승현은 “3타를 잃은 후 ‘이러다 뒤집힐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후반 11번홀을 마치고 3타 차가 되고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우승 확신도 함께 찾아왔다”고 말했다.

첫 우승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면서 시즌 목표도 수정했다. 메이저퀸에 이어 메이퀸에 오른 이승현은 “승수를 더 쌓아서 올해는 상금왕을 노려보겠다. 연말 시상식에서 타이틀 수상자가 되면 일본에 진출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다승왕 레이스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올 시즌 KLPGA 투어는 이번 대회를 포함해 다섯 번이 진행되면서 모두 5명의 우승자를 배출했다. 1승이지만 이승현은 다승 부문 공동 1위다.

‘퍼팅은 머니’라는 골프 격언을 매 대회 증명하고 있는 이승현. 별명도 ‘퍼신파신’이다. 그는 “퍼터로 버디도 잘 잡고, 보기 위기에서 파 세이브도 잘한다고 해서 붙여진 기분 좋은 별명이다”면서 활짝 웃었다.

이승현이 4일 전북 무주 무주안성CC에서 열린 ‘제4회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 마지막 3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이승현이 마지막 18번홀 그린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무주=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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