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지난 11일(한국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로 ‘엘리멘탈’,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등 쟁쟁한 영어권 경쟁작들을 뚫고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비영어권 애니메이션 작품이 이 부문에서 수상한 것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후 20년 만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를 통해 오스카 역사상 최고령 장편 애니메이션 수상자가 된 것은 물론, 그의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두 번째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그의 오랜 동료인 스튜디오 지브리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부재를 두고 세간에서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나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오스카를 수상했을 때도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개봉했을 당시에는 미국과 영국군과 합세해 이라크를 침공한 시기였다. 당시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라크에 전쟁을 가져온 국가의 시상식이라며 보이콧의 의미로 아카데미에 불참했었다. 일각에선 올해 시상식에 불참한 것 역시 일종의 정치적 이유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란 추측도 불거졌었다.
인디와이어 등 외신들에 따르면, 두 사람의 불참에 대해 지브리의 COO인 기요후미 나카지마가 오스카 시상식 후 이어진 백스테이지에서 통역사를 대동해 이를 직접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카지마는 “그들을 부디 용서해달라. 그들은 이미 고령에 속한다”고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스즈키 토시오가 함께 첨부한 입장도 낭독했다. 스즈키 토시오가 나카지마를 통해 보낸 입장에 따르면, 스즈키 토시오는 자신과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해 “우린 이미 나이를 상당히 많이 먹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은퇴를 번복하기 전 마지막 작품이던 ‘바람이 분다’ 이후 10년이 더 흘렀다”고 밝혔다.
스즈키는 또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바람이 분다’가 개봉한 이후 매우 긴 여정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이 영화는 10년 전 미야자키 하야오가 밝힌 은퇴 입장을 번복한 이후에야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완성에 이르까지 매우 어려운 과정을 거친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만든 작품이 전 세계 많은 분들께 사랑받고 이렇게 인정받게 되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저도 나이가 많이 들었다. 이 나이에 이런 영광을 받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덧붙였다
한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신비로운 세계에 우연히 발을 들인 소녀 마히토가 미스터리한 왜가리를 만나 펼쳐지는 시공초월 판타지 어드벤처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은퇴 선언 이후 이를 번복하고 내놓은 사실상의 마지막 작품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