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김경수 유죄 ‘文정권 치명타’…與 “양승태 비서실 판사, 짜맞추기 판결”

조용석 기자I 2019.01.30 18:59:07

공세 시작한 野 “김경수는 민주주의 파괴자” 맹비난
사법부 공격한 민주당…“재판부, 오염증거 모두 인정”
“文정부 정통성 무너져”…도덕성 치명타 입은 민주당
해법 없는 與…“항소심 잘 대응하는 수밖에”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법원이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 댓글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법정구속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민주당은 1심 재판장을 겨냥 ‘양승태 사법부 비서실 판사’라고 힐난하며 김 지사를 감쌌으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최대 악재를 만났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반응이다.

◇공세 시작한 野 “김경수는 민주주의 파괴자” 맹비난

30일 1심 선고 직후 보수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은 일제히 논평을 통해 김 지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김 지사는 그동안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드루킹 꼬리자르기로 일관해왔다”며 “민주주의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기 바란다”고 비난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일탈한 정치인에게 내려진 당연한 판결이다. 김 지사는 ‘민주주의 파괴자’다”며 “거짓 덩어리’ 김 지사는 부끄러움을 알고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민주당은 법원을 공격하며 끝까지 김 지사와 함께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재판부는 그 허술함이 만천하에 드러난 여러 오염증거들을 그대로 인정했다”며 “특검의 ‘짜맞추기’ 기소에 이은 법원의 ‘짜맞추기’ 판결”이라고 사법부를 향해 공세를 퍼부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가 김 지사의 판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강하게 의심한 민주당은 1심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을 향해 “양승태 사법부의 비서실 판사이던, 그 재판장의 공정성을 의심하던 시선이 마침내는 거두어질 수 있길 지금도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잔뜩 날을 세운 논평과는 달리 민주당 내부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태’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이 뭐가 있겠나”며 “당으로서는 김 지사가 강하게 무죄를 주장해 왔기 때문에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 역시 “유죄가 나오리라고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다”며 “오전 드루킹 판결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데 김 지사가 유죄에 법정구속까지 될지는 몰랐다”며 당황스러운 분위기를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열린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보고회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文정부 정통성 무너져”…도덕성 치명타 입은 민주당

김 지사의 유죄판결이 정부와 민주당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19대 대통령 선거의 정당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날 법원은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이 박근혜 정권 말인 2016년 11월부터 2017년 대통령선거 때도 댓글조작을 했다고 판단했다. 민주당은 앞서도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는 야3당(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의 공세에 ‘대선불복’이라며 강하게 반대한 바 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판결문에 보면 (댓글공작 이유로)‘정권창출 유지’라는 표현이 나온다”며 “표차가 570만표나 났기 때문에 대선무효까지 주장하긴 어렵겠지만 이번 판결로 문재인 정부의 정통성은 무너졌다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김 지사는 문 대통령과 공동운명체다. (이번 판결로)문 대통령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중도층 및 부산·울산·경남이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목포 부동산 투기 의심을 받는 손혜원 의원, 재판청탁 의혹에 휩싸인 서영교 의원 사건으로 인해 궁지에 몰려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김 지사의 유죄가 더욱 치명적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 민주당이 맹비난해왔던 댓글공작을 자신들도 똑같이 저질렀다는 점에서도 비난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민주당이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기대왔다는 점, 여러 논란 속에서도 김 지사를 경남지사로 공천했다는 점에도 책임론이 크게 일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들이 정부와 민주당에 높은 수준의 인적혁신과 도덕성을 기대해왔기 때문에 실망이 더욱 클 것”이라며 “김 지사가 법정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기에 향후 민주당이 정국을 운영하는데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문제는 민주당이 현재 김 지사가 항소심 나아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확정 받는 방법 말고는 위기를 헤쳐 나갈 방법이 없다는데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항소심을 잘 대응하는 방법 밖에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여당이 현 정국을 풀어가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달리 방도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이해찬 대표 주재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사법농단 세력의 사실상 보복성 재판”이라고 비난하며 사법농단세력 및 적폐청산 위원회를 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민주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 중심으로 꾸려지며, 위원장은 변호사 출신 박주민 최고위원이 맡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