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승리…'바이든 vs 트럼프' 리턴매치 예고 속 세대교체론 변수

김정남 기자I 2022.11.10 18:37:17

중간선거 이후 차기 대선에 정가 시선 집중
'바이든 vs 트럼프' 리턴매치 가능성 높지만
프리츠커, 뉴섬 등 민주당 차기 주자 급부상
'유일한 트럼프 대항마' 디샌티스 입지 굳혀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방성훈 기자] 지난 8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하원 다수당 지위는 탈환했지만 기대했던 ‘레드 웨이브’(공화당 압승)에는 실패했다.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CNN 집계에 따르면 10일 오전 4시 기준(현지시간·한국시간 10일 오후 6시) 민주당은 미 하원 435석 중 189석을, 공화당은 207석을 각각 확보했다. 최종적으로는 민주당이 211석, 공화당이 224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초박빙’ 구도인 상원은 민주당 49석, 공화당이 50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돼 12월 6일 조지아주 결선투표까지 가야 승패가 최종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전초전’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면서 워싱턴 정가의 시선은 오는 2024년 대선으로 쏠린다.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다. 두 인사는 표현의 강도만 다를 뿐 사실상 재출마 의지를 내보였다.

다만 세대교체론을 등에 업고 상대적으로 고령인 둘을 뛰어넘으려는 대권 잠룡들이 적지 않다. 당장 이번에 재선에 성공한 J.B.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민주당),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민주당),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공화당) 등이 주목받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8 중간선거 직후인 9일(현지시간) 열린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바이든, 내년 초 대권 도전 선언할듯

바이든 대통령은 11·8 중간선거 직후인 9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선거로 인해 대선 도전 가능성이 커졌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중간선거 결과와 관련 없이 다시 출마하려고 했다”며 “가족과 함께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CNN 등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가 나의 재출마를 바라고 있지만 우리(바이든 대통령의 가족)는 일단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내년 초 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예상을 깨고 선전하면서 정치적인 동력을 받았다는 관측이다. 그는 선거 결과를 두고 “‘레드 웨이브’(공화당 압승)는 일어나지 않았다”며 “민주주의를 위해, 미국을 위해 좋은 날이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79세의 고령이다. 차기 대통령 임기(2024년 11월~2028년 11월)를 마칠 때는 86세다. 생물학적인 나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그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미네소타주), 지나 레이먼도 상무장관 등 민주당 내 잠룡들보다 입지가 확고하다.

민주당 선거 캠페인에 참여한 적이 있는 한 정가 인사는 “해리스 부통령은 다른 인사들에 비해 상징성을 빼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라며 “나머지도 바이든 대통령과 비교해 ‘전국구’로서 공화당 성향의 백인 남성 표심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검증받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재선 캠프를 총괄했던 짐 메시나 정치 전략가는 “차기 대선은 경기 침체 와중에 치러진다”며 유권자들의 피부에 와 닿는 경제 정책을 바이든 대통령의 연임 성공 요건으로 꼽았다.

이들 외에 이번 선거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프리츠커 주지사, 뉴섬 주지사 등이 오히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분위기다. ‘억만장자 정치인’으로 유명한 프리츠커 주지사는 이번 재선 당선 이후 연설을 통해 “수년 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취재진과 만나 얘기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막후 1인자’ 트럼프에 디샌티스 도전장

공화당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후 1인자’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공화당 내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만한 팬덤을 지닌 정치인을 찾기 어렵다는 게 냉정한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비교해 당내 경쟁자들도 많지 않다.

다만 이번 중간선거에서 압승을 예상했던 공화당이 예상외로 고전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을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폴리티코 등 대다수 미 언론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공화당 후보들이 당내 다른 후보자들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권심판론의 환경 속에서도 ‘트럼프 효과’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어떤 측면에서는 좀 실망스럽긴 하다”면서도 “전체적으로 승리 219에 패배가 16. 누가 이보다 더 잘하겠느냐. 개인적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매우 큰 승리”라고 주장했다. 그가 어떤 기준으로 승패 후보를 분류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대선 출마 선언에 앞서 자신이 지지한 후보자들이 선전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CNN방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을 인용, 그가 실망스러운 선거 결과에 모두에게 고함을 질렀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 고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문제는 후보들이라며 그들이 나쁜 후보들이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오는 15일 대선 출마 공식 선언을 사실상 예고했는데, 이를 앞두고 중간선거 책임론을 적극 방어하려는 차원으로 읽힌다. 한편으론 스스로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

공화당의 유력 대권 주자로 꼽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사진=AFP 제공)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차기 대선 주자로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CNN은 전날 디샌티스 주지사가 일찌감치 재선을 확정 짓자 “그의 정치적인 미래의 초점은 2024년(대선)으로 향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충돌할 것”이라고 했다. 정작 그는 대선 출마 여부를 함구하고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벌써부터 디샌티스 주지사를 향해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폭스뉴스 등과 인터뷰를 하면서 “그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아주 심하게 다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디샌티스 주지사 외에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등이 차기 주자로 거론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성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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