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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5수생' KDB생명…하나금융, 진짜 살까(종합)

전선형 기자I 2023.07.13 18:13:24

하나금융 단독 본입찰...우협으로 선정
인수 완료시 하나생명과 합병 가능성
매각가 2000억 거론...정상화엔 1조 필요

[이데일리 전선형 이명철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지난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뒤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오르며 강력한 ‘인수후보자’가 됐다. 타 금융지주에 비해 보험업종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하나금융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KDB생명 인수시, 인수가격 외에도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이 1조원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어 하나금융이 실사 후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나온다.

◆ 하나금융, 단독 본입찰…단숨에 우협 선정

13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KDB칸서스밸류PEF(이하 KCV PEF)는 전일(12일)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이하 ‘우협’)로 하나금융지주를 선정했다. KCV PEF는 산업은행이 과거 KDB생명을 인수할 때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설립한 투자전문회사다.
산업은행은 지난 7일 KDB생명에 대한 본입찰을 진행했다. 인수대상은 KDB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보유 중인 KDB생명 지분 92.73%다. 본입찰에는 하나금융이 단독으로 LOI(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하나금융은 앞선 예비입찰에는 의향을 보이지 않다가, 본입찰에 깜짝 등장하며 단숨에 유력 ‘인수후보자’로 떠올랐다.

금융업계에서는 하나금융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보험업종의 판을 키우기 위해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KDB생명 본입찰 전 하나금융이 사모펀드와 펀드 출자자(LP)로 간접참여한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으나, 인수전에 직접 뛰어들면서 보험업 강화 의지를 피력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실제 하나금융은 보험사로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을 보유하고 있으나, 규모가 모두 작다. 지난해 기준 두 곳의 자산총액이 각각 6조원, 1조5000억원으로 소형사에 속한다. 특히 하나생명의 경우 23곳의 생명보험사 중 자산기준 19위에 그친다.

금융권에서 하나금융이 KDB생명(자산 17조원)을 인수해, 하나생명과 합병을 진행하게 되면 중형급 보험사로 탄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생명보험 순위가 재편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를 통해 은행에만 집중된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도 있게 된다. 하나금융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2%로 상당하다.

하나금융 한 관계자는 “생명보험 업황이 좋지는 않지만 생명보험사가 가지고 있는 자산 운용 측면은 성장성이 있는 분야”라며 “(인수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향후 자산 관리 파트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인수 성공은 미지수...조달비용 부담

다만 하나금융이 인수를 끝까지 완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험업 분야를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KDB생명이 그만큼의 가치를 할 수 있느냐는 의심 때문이다. 시장에서 추정하는 KDB생명의 매각가는 20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KDB생명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정상화를 시키는 데까지 약 1조원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KDB생명의 부채는 상당한 수준이다. 올 1분기 말 기준 KDB생명의 부채는 약 16조원 수준인데, 후순위사채와 신종자본증권 의존도가 높은 KDB생명의 자본 구조상 인수 후에도 채권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실정이다.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도 낮다. 1분기 K-ICS(킥스) 기준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101.66%이다. 킥스는 올해부터 새로운 건전성 지표로 자산과 부채를 시가로 평가한다. 특히 킥스 유예조치인 경과조치를 하기 전에 수치는 47.68%로 보험업법에서 규제 기준인 100%보다는 한참 낮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은 100%를 넘겨야 한다. 다만, 금융당국에서는 안정적 운영을 위해 보험사들에게 RBC비율이 150%를 넘도록 권고해왔다. KDB생명이 지급여력비율을 15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4000억~5000억원 정도의 증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은행 측은 “2023년 보험업 회계·감독 제도 변경 등에 따른 우협 측 상세 실사 절차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산업은행은 KCV PEF의 업무집행사원으로서 우협 측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번 거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KDB생명의 매각은 이번이 5번째 시도다. 산업은행은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당시 금호생명을 인수해 KDB생명으로 사명을 변경한 두 모두 네 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특히 2020년에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JC파트너스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선정했으나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결국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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