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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듯 보이지만 같은’ 건국대 vs 중앙대 구조조정

신하영 기자I 2015.03.23 17:23:47

중앙대 ‘학과제 폐지’ 이어 건국대 ‘학과제 전환’ 발표
학생 충원·취업률 따라 상시적 정원 조정 “본질 같아”
정부 ‘수요 따른 정원조정’ 강조···구조조정 이어질 듯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평가를 앞두고 대학들의 학사구조 개편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중앙대가 ‘학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데 이어 건국대가 ‘학과제로의 전환’을 예고한 게 대표적이다. 이어 숙명여대는 조만간 공대 전공 2곳을 신설할 방침이며, 한국외국어대는 서양어대학·동양어대학·사회과학대학에서 단과대학 단위로 모집하던 20~30%의 정원을 2016학년부터 학과제 선발로 전환한다. 대학들의 이런 움직임은 방법은 다르지만 본질적으로는 학과(전공) 수요나 취업률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학부제 ‘전공 쏠림’ 등 부작용에 속속 폐지

건국대는 2016학년도 입시부터 전체 신입생을 모두 학과단위로 선발하기로 했다. 그간 학부제와 학과제를 혼용해 왔지만, 앞으로는 모든 신입생을 학과단위로 충원하겠다는 것이다.

학부제는 신입생들이 학부만 택해 입학한 뒤 1년 정도 기초·교양과목을 이수하고 전공을 선택하도록 한 제도다. 2000년대 초반에 도입돼 서울 주요대학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학생들의 △인기전공 쏠림 현상 △학과(전공) 소속감 결여 등의 부작용이 생겨나면서 2010년대 들어서면서 속속 폐지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2009년 고등교육법상의 ‘학부제 의무화’ 조항이 폐지되며 가속화됐다. 특히 교수들은 전공 선호도에 따라 학생 충원이 어려워질 수 있는 학부제보다는 1학년 때부터 정해진 정원대로 학생 확보가 가능한 학과제를 선호한다. 건국대의 구조조정안에는 이러한 교수들에게 ‘학과제 전환’이란 선물을 주는 대신 ‘학생 충원이나 취업을 위해 발 벗고 뛰어 달라’는 요구가 담겨 있다.

김용식 건국대 교학부총장은 “취업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수들이 1학년 때부터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지도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2018학년도부터는 2년을 주기로 학과평가를 실시해 하위권 학과는 정원을 줄이는 대신 상위권 학과는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건국대는 학과제로 전환하는 시점(2016학년)에서 2년이 경과한 2018학년부터 △입학성적 △재학생 증감률 △졸업생 취업률 △교수 연구실적 △교육만족도 등으로 개별 학과를 평가해 정원을 상시 조정할 방침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하위권 학과는 정원을 상위권에 내줘야 해 교수들은 학생 충원이나 졸업생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발 벗고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연이어 하위 평가를 받으면 소속 학과의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중앙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구조조정안(학사구조 선진화계획)과 건국대의 안이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학교별 여건과 상황에 따라 방식을 달리한 것일 뿐 본질적으로는 대학 구조개혁과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라고 말했다.

◇ 대학 학문분야 사회수요 따라 성패 갈려

중앙대의 경우 내부적으로 정리해야 할 학과들이 많다는 판단에서 상시적으로 전공(학과)을 신설·폐지할 수 있도록 학사구조를 유연화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학과에 배정된 정원을 단과대학이나 본부로 회수하고, 학생들의 전공 선택에 따라 비인기 학과는 도태되거나 소멸되도록 한 것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건국대의 경우 그간 독문·불문과 등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된 학과를 꾸준히 없애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건국대는 중앙대와 같은 학사구조 유연화를 택하기 보다는 오히려 학과제를 강화하는 카드를 꺼냈다. 건국대 관계자는 “그간 순차적으로 조금씩 구조조정을 하면서 폐지할 학과는 폐지한 데다 이번 구조조정안을 마련하면서 유사 전공 10곳을 통폐합했다”며 “남은 63개 학과는 종합대학이 갖춰야할 최소한의 학문 단위”라고 말했다.

이 같은 대학들의 학과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월 2015년 업무계획을 통해 ‘산업수요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향후 인력수요 전망에 따라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에 국고를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고용노동부가 2012년 발표한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서는 오는 2023년까지 공학 분야 27만 7000명의 인력이 부족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숙명여대는 조만간 화공생명공학과와 IT공학과 등 공학전공 2곳을 신설하는 방안을 확정한다. 한양대도 학생 충원율·취업률 등을 평가해 하위권 학과부터 정원을 줄이는 계획을 마련한 상태다.

최근 공개된 주요 대학들의 학과개편안(출처: 각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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