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은행 문턱 못 넘은 중소기업, 비은행에 사상 최대 몰렸다...대출 80조 돌파

노희준 기자I 2017.02.20 14:43:40

작년 中企 비은행 대출 80.4조..전년比 32.2% '최대'
자금조달 비용 증가 우려..앞으로도 비슷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중소기업이 비은행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잔액이 지난해 사상 최대치로 늘어 80조원을 돌파했다. 은행이 리스크 관리로 대출문턱을 높이자 금리가 더 높은 상호금융, 저축은행, 신협협동조합 등 비은행금융기관(2금융권)으로 중소기업 대출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 中企 비은행 대출 80.4조..전년比 32.2% ‘최대’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2월 기준 중소기업의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금 잔액은 80조4494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19조6034억원(32.2%), 전월 대비 1조9988억원(2.5%)늘어난 것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는 2013년 1월 이후 대출잔액과 전년동기 대비 증가폭·증가율 모두 최대치다.

대출잔액으로는 농·수·축협 등 상호금융이 37조4058억원(46.5%)으로 절반에 육박했고 저축은행 23조1832억원(28.8%), 신협 8조9668억원(11.1%), 새마을금고 6조8071억원(8.5%), 기타 4조864억(5.1%) 순이었다.

이런 상황은 은행이 금리상승기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중소기업 대출을 깐깐하게 하자 비은행권으로 대출수요의 풍선효과가 만들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12월 기준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은 5.5%(559조6394억원→590조1868억원)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실시한 ‘2016년 중소기업 금융이용 및 애로실태’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상황은 드러난다. 중소기업의 비은행금융기관자금 활용 비중이 2015년 0.9%에서 지난해 7.5%로 6.6%포인트 증가했다. 이원섭 중기중앙회 정책총괄실장은 “은행의 대출심사 강화로 중소기업의 비은행 금융기관 활용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 자금조달 비용 증가 우려..상황 개선 안 돼

문제는 중소기업이 은행 문턱을 못 넘어 비은행예금취급기관 활용이 높아질수록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이자부담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가중평균 금리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중 신규취급액 기준 기업 대출금리는 예금은행이 3.54%지만 상호금융은 3.9%, 상호저축은행은 7.61%로 최대 2배가 비은행권이 높다.

특히 비은행권 중소기업 대출에는 숨은 가계부채이자 가계부채의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자영업자 대출이 상당수 포함돼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비은행권의 회계와 통계 미비로 자영업자 대출 통계를 따로 뽑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9월말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산업대출 잔액 중 서비스업이 123조3420억원으로 70%를 차지했다. 서비스업은 자영업자가 많이 하는 부동산업, 임대업, 숙박업, 음식점업, 도·소매업 등이다.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 안팎의 우려다. 한국은행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를 보면 올해 1분기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태도 전망치는 -13으로 나왔다. 은행대출태도지수가 마이너스(-)면 금리나 만기연장 조건 등의 대출심사를 강화하겠다고 응답한 은행이 대출심사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은행보다 많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태도가 강화되고 가산금리가 시장금리와 동반 상승하고 있어 자금조달 비용이 증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1월중 중소기업 신용대출 가산금리는 연초대비 29bp(1bp=0.01%포인트)상승했다. 올해 1분기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태도 지수 역시 상호금융은 -33, 저축은행은 -12를 기록해 비은행권 중소기업 대출도 더 깐깐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