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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공장 참사]"꽃이라도"…이름도, 사진도 없는 분향소 찾은 시민들

손의연 기자I 2024.06.26 15:46:17

26일 화성 화재 희생자 추모 분향소
오전에 유가족 답답한 마음 토로하며 오열
시민들도 무거운 표정으로 추모 발걸음

[화성(경기)=이데일리 손의연 김한영 수습기자] “26살밖에 안됐는데 너무 허무하잖아요…”

26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청 1층, 추모 분향소. 경기도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24일 발생한 화재로 숨진 이들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통상 분향소에는 희생자의 영정사진과 이름이 같이 놓이지만 희생자의 신원 파악에 시간이 걸리고 있어 그마저도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빈소도 차릴 수 없는 처지에 놓인 희생자 가족들은 추모 분향소에서나마 울분을 토하고 가슴을 두드렸다.

26일 경기도 화성시청에 마련된 ‘화성 공장 참사’ 희생자 추모 분향소. 시민들이 찾아 희생자를 기리고 있다. (사진=김한영 수습기자)
50대로 보이는 여성은 “우리 애는 26살밖에 안 됐다. 어떻게 해서든 빨리 애를 찾고 싶다. 애만 찾아달라”며 “너무 불쌍하고 너무 억울하다”고 통곡했다. 이 여성이 “진정했다가도 생각나면 머리를 쥐어잡게 된다”며 괴로워하자 다른 가족이 감싸 안고 달랬다. 화성시 관계자는 “결과가 빨리 나올 것”이라며 가족들을 위로했다. 분향소 한켠에서는 50대 남성이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부터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시작됐다. 30대 여성 A씨는 “친한 동생이 중국인인데 중국 국적 희생자가 많아 너무 안타까웠다”며 “시청에 볼 일이 있어 왔다가 분향소가 있기에 잠깐 들렀다”고 말했다. 변정옥(64)씨는 “시청에 분향소가 차려졌다는 걸 알고 잠깐 추모하고 가려고 들렀다”며 “남의 나라에 돈 벌러 왔으니 안전하게 돌아갔으면 좋았을 텐데,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숨져 그 부분이 특히 많이 속상하다”고 침울해했다.

점심시간엔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이날 오후 2시쯤 단상엔 헌화된 꽃이 수북이 쌓였다. 화성 봉담에 사는 박철근(62)씨는 “고귀한 생명 23명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데서 비통함을 금치 못해 먼 걸음이나마 조문하러 왔다”며 “영정사진이나 위폐가 없어 안타깝지만 추모하는 마음이 중요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씁쓸함을 표했다. 오연선(50)씨는 “주변에 볼 일이 있었는데 추모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 분향소에 왔다”며 “결혼을 앞두고 돌아가신 젊은 피해자 얘기를 들었는데 참 슬펐다”고 안타까워했다.

김경희 화성시의회 의장 등 시의회도 분향소를 찾았다. 김 의장은 “화성엔 공장이 많은데 이번 화재와 같은 일은 다시 발생해선 안 된다”며 “외국인 근로자라 해서 소홀히 해선 안 되고 지금보다 교육 등 안전관리에 힘쓰도록 의회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과 법무부는 사망자의 신원을 밝히기 위해 DNA 일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망자의 신원이 파악되면 장례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이정식 화성 화재사고 중앙사고수습본부장(고용노동부 장관)은 “사망자에 대한 조속한 신원 파악에 역량을 기울여달라”며 “외국인 근로자가 대다수인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외교부 등에서는 입국 지연 등 유가족분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며 유족들의 애로사항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이고 문제 해결에 적극 노력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길수 지역사고수습본부장(중부지방고용노동청장)은 이날 “8명에 대해서 DNA 검사 중이며 나머지 분들에 대해서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법무부가 빠르게 유가족을 찾고 있고 외교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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