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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르네사스(일본) △인피니온(독일) △NXP(네덜란드) △ST마이크로(스위스) △텍사스인스트루먼츠(미국) 등 전 세계 주요 차량용 반도체 생산기업 5개사의 9월 말 기준 재고 총액이 전년 동기 대비 0.7% 늘었다고 보도했다. 재고량이 증가세로 돌입한 건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들 업체는 그동안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올해 초 한파와 화재로 생산 능력에 타격을 입는가 하면 동남아시아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대되며 공장 가동이 한동안 멈춘 탓이다. 파운드리 업계에서 차량용 반도체 대신 마진이 큰 스마트폰용 반도체 생산에 중점을 둔 것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부추겼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올여름까지 이어졌던 수준보다는 한층 누그러들었다는 평가다. 독일 자동차 부품 대기업 콘티넨탈은 “반도체 부족 최악의 시기는 벗어났다”고 진단했다.
다만 공급 불확실성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계가 반도체 부족 탓에 울며 겨자먹기로 생산을 줄인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해 생산을 늘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도요타자동차가 지난 29일 발표한 10월 전 세계 총 생산량은 전년 동월보다 25.8% 줄어든 62만7000대로, 애초 목표치인 88만대를 30%가량 밑돈다. 반도체 주요 공급업체 5곳의 재고를 합해도 이 같은 수요를 충족시키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달망 전체에 반도체 재고가 충분히 전달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반도체 부족이 해소되는 시기를 내년 봄으로 내다봤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보고된 뒤 유럽과 북미 등지에서 확산하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물류 혼란이 커지면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다시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