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한승구 인턴기자] “지금껏 주식으로 번 돈보다 잃은 돈이 더 많아졌어요” 26살 직장인 김병국씨(가명)는 2년 전 한창 주식이 유행하던 시기에 뛰어든 개미 투자자였다. 그는 남들처럼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명품 옷을 사는 대신 모은 월급을 착실히 주식에 투자해왔다. 하지만 최근 속절없이 떨어지는 주가에 지금껏 총수익이 마이너스가 되면서 지금은 소액 대출까지 알아보는 중이다. 13일 스냅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돈이 다 묶여있어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나중에 집 사는 건 고사하고 결혼 비용은 모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공포감에 휩싸였다. 당장 이번 여름엔 하락장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은 활발히 거래를 이어갔지만, 경기침체 장기화와 연이은 금리 인상 소식에 최근에는 거래량 자체가 얼어붙은 모습이다. 가격은 가격대로 떨어지는 와중에 섣불리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최근 하락장에서 개인 투자자들 충격 더 컸다
하락장에도 시기에 따라 투자 심리는 반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냅타임에서 분석한 한국거래소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코스피가 1년 7개월 만에 2500선이 붕괴됐지만 매수량은 오히려 폭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의 경우, 코스피가 2500 밑으로 떨어지던 6월 둘째 주에 매수량이 급격히 상승했다. 첫째 주와 비교하면 무려 49.7% 증가한 수치다. 이것은 당시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로 매수해서 단기적 차익을 얻기 위해 매수량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지난 9월에는 매수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9월은 코스피 지수가 2200대 밑으로 붕괴된 시기였다.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투자 양상의 배경에는 장기적인 경기 불황에 개인 투자자들이 지쳤다는 분석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곽준희 연구의원은 “미 연준에서의 금리인상 발표와 인플레이션 문제 등 악재들이 겹치면서 전체적인 시장 지표가 떨어지는 추세”라며 “전반적으로 매도량이 증가하고 매수량이 줄어드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량도 지난 6월과 9월의 차이가 컸다. 순매수 지표는 매수량에서 매도량을 뺀 값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매수의 비율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한국 거래소 자료를 보면 국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코넥스)의 올해 9월 개인투자자 순매수량의 합계는 6월에 비해 49.7% 줄어들었다. 비교적 최근의 하락장에서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눈에 띄게 위축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장기 불황, 취약계층에 여파...전문가 "다른 자산군에 관심 가져야"
장기적인 주식 시장의 불황은 신용등급이 낮고 사금융권을 이용하는 금융취약계층에게 치명적이다. 그 중 김씨와 같은 사회 초년생이 그렇다. 일반적으로 청년의 경우 씬파일러(Thin Filer 금융이력부족자)로 불리는데, 모아둔 돈이 없는 탓에 소액 대출을 위해 제2·3 금융권으로 넘어가기 쉽다. 더욱이 코로나19 시기와 맞물려 주식 열풍이 불었을 때 2030 세대가 주식시장에 많이 진입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하락장으로 인해 투자 손실로 인한 피해가 클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는 여전히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는 없다며 몸을 사릴 것을 주문했다. 곽 연구의원은 “아직까지 경기가 나아질만한 요소가 분명하지 않다”며 “내년까지도 시장이 크게 반등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손실을 입은 개인 투자자의 경우 적절한 매수 시기를 잡기 어렵기 때문에 추가적인 저가 매수는 지양하는 것이 좋다. 차라리 장기적으로 분할 매수하는 게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주식 이외에 다양한 형태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도 강조했다. 곽 연구위원은 “현재 주식 시장이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주식에만 투자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채권·예금·금·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군에 관심을 가지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