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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기업까지 사는 야수의 심장…스포츠 도박판에서 왔다

정다슬 기자I 2020.06.15 11:43:22

NYT "새로운 주식 거래 일부는 도박꾼처럼 행동"
파산 신청 후 허츠 주가 8.8배↑…배경엔 소액투자

△윌리엄 힐앤 모뉴먼탈 스포츠&엔터테이먼트가 2019년 10월 3일 미국 워싱턴 DC 캐피탈 원 아레나에서 스포츠 베팅 새시대를 선언하며 파트너십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최근 미국 파산 기업 주식까지 매입할 정도로 증시가 과열된 배경에는 ‘스포츠 도박꾼’들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개회사 BTIG의 주식·파생상품 전략가인 줄리안 에마누엘은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에 “스포츠 도박꾼들이 최근 주가 상승의 한 요인이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3일간 로빈후드 앱에서 매매가 이뤄진 주식 10위 목록
코로나19 사태로 스포츠 경기가 중지되자, 스포츠 도박을 하지 못하게 된 이들이 대신 증시를 ‘도박’처럼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급락하자, 미국 역시 수백만개의 개인계좌가 신설되는 등 주식 붐이 일어났다. 그 과정에서 고위험·고수익 스톡옵션 시장에 대한 소규모 투자가 늘어났고 휴짓조각으로 평가받는 도산기업 주가가 급등하는 일도 벌어졌다.

NYT는 “새로운 주식 거래 중 일부는 공격적인 도박꾼처럼 행동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 렌터카 기업인 허츠 글로벌 홀딩스다. 허츠는 지난 5월 22일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한 기업이다. 3월 밀 기준 부채가 187억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5월 26일 0.56달러까지 떨어진 허츠 주가는 2주만에 5.53달러를 기록, 무려 887.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허츠 주식은 이후 다시 급락해 2달러 후반대를 기록 중이다.

허츠는 지난 10일 뉴욕증권거래소로부터 상장 폐지 통보를 받았다.

허츠의 주가가 오른 배경에는 소액투자 급증이 꼽힌다. 수수료 무료를 내세워 소액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로빈후드’앱의 투자 패턴을 추적하는 ‘로빈트랙’을 보면 투자 1위는 허츠이다.

허츠만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파산보호 신청을 한 JC페니, 에너지기업 와이팅페트롤리엄 등도 주가가 급등했고, 파산설이 나돈 체사피크페트롤리움도 14달러대였던 주가가 69달러까지 치솟는 국면이 있었다.

게임산업 리서치 회사인 에일러스&크레지크에 따르면 지난해 합법적인 스포츠 도박시장은 130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주요 스포츠 경기가 열리지 않으면서 이들 시장은 큰 타격을 입었다. 3월 베팅 수요는 전월 대비 60% 감소했으며, 4월은 80% 가까이 감소했을 것이라고 이 회사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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