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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다 죽는다"…힘 빠진 삼성 노조의 첫 파업(종합)

김정남 기자I 2024.06.07 14:44:47

전삼노 연가 투쟁, 연차 사용률 1년 전보다 낮았다
"반도체 전쟁 중인데"…예상보다 약했던 내부 지지
사측-전삼노 여전한 입장차…총파업 리스크 '불씨'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단체 연차를 사용하는 식으로 사상 첫 파업을 단행했다. 그러나 연차 사용률이 예상보다 낮으면서 투쟁이 힘을 받지는 못했다. 글로벌 반도체 격전으로 위기론까지 불거지는 상황이어서 파업에 대한 내부 지지세가 약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파업 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업계에 따르면 약 12만명 규모인 삼성전자(005930) 전체 임직원의 이날 연차 사용률은 1년 전 현충일 당시 징검다리 연휴와 비교해 더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전체의 20%가 넘는 약 2만8000명이다. 대다수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직원들이다. 앞서 전삼노는 7일 단체 연차 사용 방식의 첫 파업을 선언했고, 전국 사업장의 조합원들에게 하루 연차를 소진해 투쟁에 동참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파업 선언 당시만 해도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비등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파업에 대한 내부 지지세는 그리 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일본, 중국, 대만, 유럽 등이 주도하는 반도체 국가대항전이 날로 격화하는 와중에 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명분이 떨어진다는 기류가 오히려 많다. 실제 이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의 삼성전자 게시판에는 노조의 행보에 대한 비판 글들이 대거 올라 왔다. “원래 징검다리 연휴 때 휴가를 쓰려 했는데 실제로 내면 (파업에 동참하는 것으로) 오해 받는 것 같다”는 반응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전삼노의 정치화 움직임 역시 반감을 사는 요인으로 꼽힌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DX지부장을 맡고 있는 이모씨의 최근 글을 보면, 전삼노가 공식 상급 단체인 한국노총을 떠나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결탁하고 있다는 물증이 나왔다. 금속노조는 최근 잇따라 전삼노의 투쟁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측면 지원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전삼노의 파업으로 인해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는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파업은 단 하루만 예정돼 있고 이는 유연한 생산 일정 범위 내에 속한다”며 “메모리 공장은 자동화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파업이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전삼노가 더 강도 높은 파업을 진행하면서 노사 관계가 더 악화할 경우다. 전삼노 측은 “연가 투쟁 후 다른 방식의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자칫 총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회사든 노조든 이러다 다 죽는다”는 우려가 삼성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정부 지원이 경쟁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비한데, 노조 리스크까지 안게 됐다”고 했다.

삼성전자 사측과 전삼노는 1월부터 교섭을 이어갔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양측은 지난달 28일 교섭 결렬 이후 재교섭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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