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편법 온상' 액상담배 규제 좌초 위기…부처간 갈등 조짐

남궁민관 기자I 2023.11.24 13:57:55

"합성니코틴 담배원료 인정 시기상조" 기재부 의견에
담배사업법 개정안 기재위 재정소위 문턱 못넘어
연말연시 국회 총선체제로 사실상 자동폐기 위기
기재부에 불만 표출한 복지부 "이미 수년간 유통 중…규제 절실"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담배 원료 범위를 기존 ‘연초의 잎’에서 ‘연초의 뿌리·줄기’, ‘합성니코틴’으로 확대하자는 내용을 담은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며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담배사업법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독성·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합성니코틴을 담배원료로 인정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일부 반대 입장을 낸 것이 사실상 이번 계류의 결정적 배경이 됐다. 이번 개정안의 온전한 처리를 적극 피력해 온 담배업계와 금연학계는 물론 보건복지부까지 “기재부 의견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하면서 관계 부처간 갈등 조짐까지 감지된다.

서울시내 한 흡연구역에서 시민들이 흡연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합성니코틴 규제’ 개정안 ‘좌초 위기’

24일 업계에 따르면 기재위는 지난 21일과 23일 연달아 재정소위를 개최했지만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최종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계류됐다.

먼저 21일 재정소위에선 기재부의 의견에 따라 일단 ‘연초의 뿌리·줄기’만 담배사업법상 담배 원료로 포함시키자는 데에 여야가 잠정 합의했다. 기재부는 합성니코틴의 경우 굳이 담배로 규정하지 않더라도 세금 정책 등으로 규제가 가능하다며 23일 재정소위에서 보완 의견을 내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다른 법안을 두고 여야 간 파행이 빚어지면서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논의 테이블에 아예 오르지 못하고 결국 최종 합의가 불발됐다.

다음 달 9일 정기국회가 끝나면 여야 모두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체제’로 전환하는 만큼, 연내 개정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종료되는 내년 5월 말 자동폐기 수순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복지부는 기재부를 향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가 국내 유통이 금지된 상태라면 독성·안정성이 검증될 때까지 담배 원료로 인정하는 걸 미루자는 기재부의 의견이 맞다”며 “하지만 해당 제품이 담배 관련 규제를 받지 않고 국내 들어오기 시작한 지 이미 상당 기간이 지난 만큼 지금이라도 제대로 규제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담배가 아닌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뱃세를 부과하지 않을뿐더러 온라인 판매·직구 및 광고·판촉 금지 등 담배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금연정책 소관 부처인 복지부는 같은 이유로 기재부에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현황을 요구할 근거조차 없는 실정이다.

◇기재부에 ‘불편한 심기’ 감추지 않는 복지부

특히 복지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오는 2025년 11월 1일 시행될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 소관 부처다. 이미 시장에서는 담배로 통용되고 있는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를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규정해 앞선 유해성 검증 및 관리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자담배 업계 및 금연학계 역시 복지부 입장에 힘을 보태고 있어 이번 개정안 처리의 열쇠는 기재부의 입장 변화에 달렸다는 평가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미 국민 상당수가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고 있고 유해성에 대한 설왕설래까지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규제를 위한 법 개정이 시기상조라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다”라며 “아예 합성니코틴을 국내 담배 시장에서 퇴출 시키던지, 그러지 못한다면 담배에 포함시켜 유해성 평가와 관리를 받도록 하는 게 지금 당장해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더해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는 “검증되지 않은 합성니코틴이 국내 담배로 수입될 수 있다는 우려는 담배사업법 시행령 5조 1항의 담배수입판매업 등록 기준을 강화하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관세청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용 합성니코틴 수입량(용기 포함)은 2020년 56t에서 지난해 119t으로 112.5% 급증했다. 지난해 수입액은 729만9000달러로 2020년(638만9000달러) 대비 139.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