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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한국 국적 숨기는 기업들

송길호 기자I 2024.06.21 11:45:29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누군가 당신의 카톡 내용을 당신 몰래 보고 있다면? 그 사람은 당신이 어떤 상황인지 어떤 걸 고민하는지 다 알 수 있다. 이제 우리의 삶은 데이터를 통해 관계가 만들어지거나 이어지고, 오고가는 데이터들을 통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당신이 음식을 시키고, 택시를 부르고, 친구와 대화하는 이 모든 것들이 여러분 손바닥 위에 있는 스마트폰 그리고 앱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걸 컴퓨터 관점에서 보면 ‘데이터의 이동‘이라고 할 수 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55조원에 X(구 트위터)를 인수했다.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거대한 데이터 확보 때문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데이터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데이터가 없는 인공지능은 무용지물이다. 또한 최근 불거진 ‘라인사태’도 데이터 주도권 관점에서보면 인공지능 사업을 미래먹거리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입장에서는 라인이 품고 있는 데이터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렇듯 이미 전세계 주요 경제주체들은 인공지능에서의 주도권과 데이터가 미래 패권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우리실정은 어떨까? 우리 정치는 이런 부분에 대해 관심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거의 ‘그게 뭔데?’ 수준이다. ‘라인사태’도 민간에서 난리를 치니 못이기듯 그때부터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알리테무 KC인증 사태도 마찬가지다. 민간에서 난리를 치니 뒤늦게 들여다보고 터무니 없는 법을 만들겠다고 나섰다가 망신을 당했다. 어찌보면 ‘수입’과 ‘직구’의 차이조차 제대로 모르는 한심한 일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자국플랫폼을 갖는게 꿈인 나라가 많다. ‘데이터 주권 확보’ 차원에서도 자국플랫폼이 가진 의미는 매우 크다. 그런데 자국 플랫폼을 이미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상하리만치 플랫폼에 적대적이다. “서버 몇 대 놓고 통행세 받는 것들”이라는 어느 정치인의 말을 들으며 내 귀를 의심했다. 마치 “없어도 되는 것이 갑자기 생겨 잘먹고 잘 살고 있던 사람들 피를 빨아 먹는다”는 식의 관념을 가진 정치인들이 너무많다.

기업의 현실을 보면 정말 암담하다. 일본에는 카카오가 만든 ‘픽코마’라는 전세계 1등 웹툰 플랫폼이 있다. 라인 사태가 터지고나서 카카오는 한국기자들의 일본방문일정을 취소했다. 한국기업이라는 게 알려지는 게 두려웠던 거다. 타국에서 1등을 해도 국적이 알려지는 걸 두려워하는 것이 우리의 테크기업들의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가 인수하기로 했던 미국 증권사 시버트파이낸셜 인수가 무산됐다. 이유는 “한국 당국이 카카오페이의 모회사 카카오에 조치를 취하는 등 중대한 악영향이 발생했다“며 인수를 거부한 것. 어찌보면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후진적 정치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러한 이면에 있는 우리 정서도 살펴봐야 한다. “물건 만드는 기업만 기업으로 보이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기업같아 보이지 않는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건도 거래와 유통이라는 서비스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경제행위의 완성은 물건을 만드는 것 외에도 거래와 유통 등이 어우러질때 가치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아주 기본적인 부분이 무시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미 빅테크가 이끄는 세상이라는 것은 자본시장에 움직임에 의해 증명되었다. 글로벌 시총 10위 안에 순위를 보면 빅테크 기업이 대부분이고 아람코나 버크헤셔웨이 같은 회사 또한 그 빅테크 회사들에게 투자한 회사들이다. 성균관대 최재붕 교수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만약 당신의 종자돈 10억이 있다면 ‘택시조합’에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테슬라’에 투자할 것인가? 물론 답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왜 우리는 현실적 태도에서 이런 이율배반적인 이중적모습을 보일까? 미국을 앞장서서 강하게 공격하면서도 자기 자식은 미국유학을 보내는 정치인들과 너무 닮아있다. 표만 계산하는 정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계산해야 한다. 언발등에 오줌누는 식으로 큰소리 내는 사람들 위주, 사람 머리 수 많은 이슈 중심으로만 정치해서는 우리에게 밝은 미래가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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