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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글에서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버리면 당분간 금융, 증권시장 교란행위, 대기업의 시장질서 문란행위, 최고위 권력층의 이권개입 등에 대한 수사는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다”며 “총장님을 중심으로 검사·수사관·실무관 이하 전 직원의 지혜를 모은다면 어떤 어려움이라도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이 부장검사는 검수완박으로는 수사기관이 정치적 수사에 관여하는 관행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개혁 논란은 결국 검찰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민의 검찰에 대한 불신은 오랜 기간 동안 검찰이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할 분쟁을 사법적 수단으로 재단해온 원죄 때문”이라며 “칼을 쓰는 게 나쁘다고 비방하면서도, 막상 자기가 칼을 잡으면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무기로 그 칼을 휘둘러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잘못된 역할을 한 검사들이 있었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다만 검수완박으로는 수사기관의 그러한 잘못된 관행을 없앨 수 없다”며 “경찰이 정치적 수사에 관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차단 장치가 마련돼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부장검사는 민주당이 검수완박과 관련해 ‘일단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고 그로 인해 생기는 공백·문제점은 장기적을 논의하자’는 입장을 취한 것을 미국의 경제 대공황 사례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수십 년이 지나 경찰이 보다 유능해지고 경찰 수뇌부가 정치·경제적 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재벌·권력자 등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다”며 “그 장기에 이르는 기간 동안 제2의 국정원 선거개입, 제2의 삼성그룹 불법승계는 음지에서 발생할 것이고 수사기관은 이에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 부장검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검수완박에 대한 입장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겐 대화의 장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일국의 사법제도를 통째로 바꿔놓을 만한 정책시도에 대해 대통령제 국가의 수반인 대통령께서 입장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더불어 새로 취임할 대통령 당선인께서는 상대방 입장에서 볼 때 진정성이 느껴질만한 제도개선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두 분 모두 과거 존경받는 법조인의 길을 걸으시기도 했기 때문에 사법제도 개혁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 생각이 많으실 것”이라며 “과연 지금 밀어붙이는 검수완박이 맞는지 과문한 후배 법조인에게 알려주시면 고맙겠다”고 했다.
‘삼성 저승사자’로 불렸던 이 부장검사는 2017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삼성의 승계 문제를 밝히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삼성의 뇌물공여 혐의가 삼성 지배구조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봤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판에 넘겨 유죄를 받아 냈다.
이 외에도 이 부장검사는 2006년 론스타 사건, 2010년 한화그룹 비자금 사건, 2013년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등 굵직한 사건에서 활약했다. 특히 국정원 사건 당시 지휘부가 해체되는 와중에도 자리를 지키며 2017년까지 공소유지를 맡았다. 2013년 당시 민주당은 이 부장검사 등을 가리켜 “국민이 이분들의 이름을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의로운 검사들에게 국민의 격려와 성원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