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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집 앞에 울려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꼿꼿이 광주行

박지혜 기자I 2020.04.27 09:32:33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27일 1년여 만에 광주로 향하는 전두환(89) 전 대통령 집 앞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씨는 이날 오전8시25분께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에 출석하고자 부인 이순자(82) 씨와 함께 광주로 출발했다.

짙은 색의 양복과 중절모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온 그는 지팡이나 부축 없이 꼿꼿한 자세로 부인과 함께 승용차에 올랐다.

전 씨는 지난해 3월 11일 재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신경질을 내기도 했으나 이날은 아무 말이 없었다.

다만 집 앞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집회 참가자의 항의에 눈길을 돌렸다.

전두환 씨와 부인 이순자씨가 27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 관련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전 씨 집 앞에선 5·18 단체 회원들이 5·18의 상징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대 민주화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애창한 노래다. 지난 2003년 5·18 민주화운동 첫 기념식에서부터 2008년까지 본행사에서 제창됐으나 이명박 정부 들어 ‘종북 시비’에 휩싸이면서 2009년부터 2016년까지는 식전 행사에서 일부 인원만 부르도록 제한됐다.

문재인 정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지난 2017년 5월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릴 제37주년 기념식에서 제창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회원들은 다음 달 광주 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발포 명령자인 전 씨의 구속과 사과를 거듭 촉구했다.

반대쪽에선 보수단체가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 “전 대통령이 왜 광주에 가서 재판을 받아야 하느냐”며 ‘맞불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대비해 경호 인력 100여 명을 배치했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전 씨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광주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씨의 경호팀이 뒤따르며, 경찰의 별도 호위나 교통 통제는 없다.

전 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동안 줄곧 알츠하이머 등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 출석을 거부했으나, 골프를 치고 12·12 군사 반란에 가담했던 인물들과 호화 오찬을 즐겨 비난을 받아왔다.

그는 이번엔 재판부가 새로 바뀌면서 신원 확인 등 반드시 출석해야 하는 절차에 따라 응하기로 했다.

전 씨의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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