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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메드베데프를 누르다'..푸틴 보드카 인기

피용익 기자I 2009.03.11 10:59:54

푸틴 이름 딴 `푸틴카` 인기
메드베데프 보드카는 안팔려

[이데일리 피용익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이름을 딴 보드카 `푸틴카`가 인기리에 팔리고 있리고 있는 반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이름을 딴 `메드베데프`는 판매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푸틴은 지난해 5월 메드베데프에게 대통령 자리를 넘겨주고 총리직을 맡고 있지만, 여전히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러시아 국민 87%는 "푸틴이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공교롭게도 두 정치인의 이름을 딴 보드카 판매량도 권력에 비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푸틴카는 지난 2003년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업계 점유율은 그린라벨(9%)에 이어 2위(5%)다. 반면 지난해 12월 출시된 메드베데프는 20위권 밖이다.

▲ 푸틴카와 메드베데프
두 보드카의 가격은 0.5리터 병당 150루블(약 4달러)로 동일하다.

이에 대해 브랜드 컨설팅회사 브랜드랩의 알렉산드르 에레멘코 이사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권력은 일시적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메드베데프보다 푸틴카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메드베데프는 푸틴카에 비해 인지도가 아직 낮다는 점도 저조한 판매량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예레멘코는 "푸틴카를 생산하는 비넥심은 매년 수천만달러를 마케팅에 투입한다"며 "메드베데프가 점유율을 따라잡으려면 이보다 10~20배는 더 돈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 집권 후 경제가 악화된 것도 메드베데프가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소비자들이 경제가 호황이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여전히 푸틴카를 찾고 있다는 것.

브랜드 컨설팅회사 솔디스의 아르세니 솔다우 대표는 "메드베데프는 러시아의 경제 위기와 너무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반면 푸틴은 고유가로 인한 번영의 시대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보드카의 특성상 메드베데프보다는 푸틴의 이미지가 더 잘 부합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푸틴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생각해 낸 스타니슬라브 코프만은 "푸틴은 전직 국가안보위원회(KGB) 요원이었다는 점에서 도수 40도인 보드카 이미지에 잘 맞는다"며 "반면 기업 변호사 출신인 메드베데프는 보드카 이미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크레믈린궁의 대변인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을 딴 술이 나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측 대변인은 "푸틴 총리는 자신의 이름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라면서도 "다만 푸틴카의 판매를 막을 생각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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