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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 2.0) "플라자합의 버금갈 위력..큰 별이 진다"

양미영 기자I 2009.03.19 09:47:08

美 국채매입에 달러 급락 `현실화`
스위스프랑·엔화 안전자산 울타리 무너져
크로네화 `급부상`·유로 약세만회 불구, 도토리 키재기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스위스프랑과 엔화의 굴욕에 이어 그동안 승승장구했던 달러마저 급락하면서 글로벌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각광받던 통화들마저 심각한 경기후퇴와 공격적인 양적완화로 인해 신뢰에 금이 가자 투자자들은 또 다른 도피처를 찾아 부랴부랴 움직이고 있지만 숨을 곳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태다.

크로네화가 안전자산 자리를 꿰찰 조짐을 보이고, 그동안 부진했던 유로가 한숨을 돌렸지만 이들 역시 한계를 동시에 내포하는 등 도토리 키재기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 달러, 국채매입 조치로 급락.."하강기류 시작됐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국채 매입 결정은 `그래도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됐던 달러 입지에 결정적인 균열을 만들었다. 
 
▲ 출처:NYT
양적완화의 결정판인 국채 매입으로 달러가 또 다시 풀리게 되면서 그동안 우려했던 인플레 우려를 더욱 높였고, 서서히 진행되고 있던 달러 약세 베팅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한 것.
 
이날 달러는 유로화대비 지난 2000년9월 이후 9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일본 엔화와 영국 파운드화 등 여타 주요 통화 대비로도 급락했다.

씨티그룹은 "금리 하락이 촉발되면서 달러가 더 약화될 것"이라며 "미국 정책이 궁극적으로 달러 평가절하를 지속할 것이라는 논의는 이미 계속돼 왔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인 FX컨셉트의 스콧 아인스버리 매니저는 "이번 조치는 매우 거대하다"며 "(1985년 달러 평가절하를 합의했던) 플라자 합의에 버금갈 정도의 위력이며, 장롱 속에 꽁꽁 숨겨뒀던 최후의 카드를 너무 일찍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 스위스프랑·엔화 안전자산 `옛말`

대표적인 안전자산 격인 스위스프랑과 엔화의 강세 역시 시들해진 지 오래. 사실상 두 국가 모두 심각한 경기후퇴로 통화 강세는 훈장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족쇄에 가까웠다.

지난 주 스위스중앙은행은 결국 양적완화 시사와 함께 스위스프랑 매도개입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안전자산의 굴레를 스스로 벗어던졌다.

일본 역시 선진7개국(G7) 국가들 가운데 가장 최악의 경기후퇴를 겪으면서 이젠 일본 엔화의 안전자산 위상은 급격히 추락했다.

▲ 유로대비 엔화 추이, 출처:FT
전날만 해도 일본중앙은행(BOJ)이 월간 국채 매입한도를 1조8000억엔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양적완화 강도를 높이자, 엔화는 올들어 유로화대비 최저치로 가라앉았다.

특히 스위스의 자국통화 매도 개입 시사로 그동안 통화 방어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일본마저 환시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등 또 다른 환율전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증폭됐었다. 관련기사☞ 스위스, 통화강세 저지 나섰다..환율전쟁 `점화` 우려

◇ 크로네화·유로도 한계 내포..도토리 키재기 싸움

일단 노르웨이의 크로네화가 올해 들어 달러화 대비로도 두드러지는 상승세를 구가하면서 안전자산 자리를 꿰찰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위기 취약성이나 유가 연동성 등의 한계점 역시 지적되고 있다. 관련기사☞ 노르웨이 크로네화, 안잔자산으로 급부상

과거에도 노르웨이처럼 원자재 부국인 호주달러가 한때 유사한 논거로 강세를 구가했지만 신기루에 그친 바 있다.

달러나 엔화 대비 상승하며 그동안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한 유로화 역시 동유럽발 금융위기 확산 여파로 상당기간 홍역을 치뤄온 상태. 수출 의존형 경제인 독일의 경우, 달러 및 엔화, 파운드화 등 경쟁통화의 약세로 인해 강세를 용인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영국 파운드화도 이날 달러대비 오르긴 했지만 심각한 경기후퇴에 더해 미국과 일본과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유로화대비로는 약세를 지속 중이다. 이날만해도 파운드화는 대규모 실업 지표 여파로 유로화대비 지난 1월26일 이후 최저치까지 밀렸다.

결국 또 다른 도피처를 찾기 위한 투자자들의 발길이 바빠지고는 있지만 사실상 발만 구를 뿐 장기간 몸을 숨길 찾기는 힘들다. NAB캐피탈의 가빈 프렌드는 크로네화 추가 강세에 반론을 제기하면서 "현재는 가장 나쁘지 않은 통화를 찾는 상황에 불과하다"고 표현했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개별 통화 간의 상대적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특히 각 나라의 재정적자 확대 및 중앙은행의 양적완화가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이에 소극적인 나라의 경제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타이밍과 규모를 잡기 위한 눈치보기가 더욱 치열해질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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