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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의 軍界一學]'강철비' 최종병기 타우러스, 北 지휘부 정밀타격

김관용 기자I 2017.12.25 10:52:45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요즘 언론 상에서나 일반 대화에서도 ‘씬 스틸러’라는 말이 자주 쓰입니다. 씬 스틸러(Scene Stealer)는 ‘장면을 훔치는 사람’이란 뜻으로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연보다 주목받는 조연배우를 일컫는 말입니다.

지난 14일 개봉해 벌써 3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강철비’는 북한의 군부 쿠데타와 핵·미사일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일촉즉발의 핵전쟁 위기를 그린 심각한 상황을 웃음과 액션으로 무겁지 않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극중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맡은 곽도원(곽철우 분)과 정찰총국 요원으로 나오는 정우성(엄철우 분)이 각각 웃음과 액션을 맡아 상업영화로서의 오락적 즐거움을 놓치지 않은 것이 흥행의 비결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씬 스틸러가 있습니다. 미군과 일본 자위대, 우리 군의 각종 무기체계들입니다. 무기체계 운용과 작전 개념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현실감을 높였습니다.

영화 ‘강철비’의 스틸컷. 극중 북한 쿠데타 세력이 주한미군의 MLRS를 탈취해 개성공단을 공격, 단 한 발의 로켓포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출처=네이버 영화]
◇강철비 MLRS, 1발로 축구장 3개 면적 초토화

우선 이 영화의 강철비라는 제목부터가 미군의 화력무기인 MLRS의 별칭입니다. 극중에서 북한 쿠데타 세력들이 주한미군의 MLRS 1대를 탈취해 개성공단을 공격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MLRS(Multiple Launch Rocket System)를 우리 말로 풀이하면 넓게 포진한 적을 단번에 휩쓸 수 있는 다련장 로켓시스템입니다.

MLRS의 개별 탄두에는 수 백여 발의 자탄이 있는데 이를 통해 축구장 3배 크기의 면적을 초토화 시킬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단 2발로 개성공단 전역에 수많은 사상자를 낼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군은 미군의 MLRS 공격으로 장갑차량 200여대와 30여곳의 미사일 기지를 잃었습니다. 막강한 화력탓에 이라크군은 MLRS를 ‘스틸 레인’(Steel Rain), 즉 강철비라고 불렀습니다.

또 북한에 대한 선제 핵 타격 결정이 내려지자 미국 내 최대 전략핵 기지인 노스다코타주 마이넛 공군기지에서 장거리 전략폭격기인 B-52가 출격합니다. B-52는 엄청난 폭탄 탑재량으로 ‘폭격기의 제왕’이라는 불립니다. 최대 31t의 폭탄을 싣고 6400km 이상의 거리를 날아가 폭격 후 돌아올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지하 60m까지 뚫고 목표를 타격하는 ‘벙커버스터’뿐만 아니라 공대지 핵미사일 탑재도 가능합니다. B-52의 공대지 핵미사일 사거리는 200km로 폭발력은 200킬로톤(k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미 양국이 유사시 B-52 폭격기 3~4대가 동시에 폭격을 가하면 평양이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누차 강조해 온 이유입니다. B-52 폭격기는 지난 해 8월까지 한반도가 작전구역인 괌 엔더슨 공군기지에 주둔하다 또 다른 미 전략폭격기인 B-1B와 임무를 교대하고 미 본토로 돌아갔습니다.

올해 4월 경기도 포천 육군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2017 통합화력격멸훈련’에서 주한미군의 MLRS가 화력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美·日, 北 미사일 탐지·추적…SM-3로 요격까지

또 영화에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군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인 E-3 센트리가 이를 탐지하고 추적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에이왁스(AWACS)라고 불리는 E-3 센트리는 일반적인 탐지거리 약 400km이며 탐지범위 안에 있는 600개의 목표물을 탐지하여 그중 200개의 목표물을 식별·추적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극중에서 일본 쪽으로 향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이지스구축함이 스파이(SPY) 레이더로 탐지·추적합니다. 이어 이지스구추함에서 탄도탄 요격무기인 SM-3 미사일이 발사됩니다. 강철비에서 SM-3 미사일이 사실적으로 묘사돼 영화의 현실감을 더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SM-3는 블록 1A에서 블록 1B를 거치면서 요격 고도와 명중률이 높아졌습니다. 요격 고도는 블록 1A가 250㎞, 블록 1B는 500㎞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현재 SM-3 블록 1A 버전을 운용하고 있는데 2018년에는 블록 2A까지 도입한다고 합니다. 블록 2A 버전의 요격고도는 1000㎞ 이상이나 됩니다. 우리 해군도 차기 이지스구축함에 탑재할 요격무기체계로 SM-3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F-15K 전투기가 타우러스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공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타우러스, 北 지휘통제실 정밀타격

강철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최종 병기는 우리 공군의 F-15K에서 발사된 타우러스 미사일입니다. 극중 엄철우가 쿠데타 세력들의 지하 지휘통제실로 들어가 보낸 전파 신호에 따라 F-15K 전투기에서 발사된 4발의 타우러스는 이 시설을 정확히 타격합니다.

타우러스는 북한의 도발 징후가 포착되면 적 방공망 영역을 벗어난 후방지역에서 적의 주요 전략목표를 즉시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최대 사거리가 500km에 달해 대전 상공의 F-15K 전투기에서 발사해도 평양의 북한 지도부 핵심 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스텔스 기술이 적용돼 북한 레이더망에 탐지되지 않습니다. 군용 GPS까지 장착해 전파교란 상황에서도 목표물 반경 3m 이내를 정확히 타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타우러스의 벙커버스터 성능을 감안하면 영화의 설정은 과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타우러스는 지하 3~4개 층을 관통할 수 있지만 최대 9m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벽 까지만 뚫을 수 있습니다. 실제 북한의 전쟁 지휘부가 50~100m 이상 지하의 갱도화 된 구역에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타우러스가 목표물에 도착해도 실제로 벙커를 완전히 파괴하기는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北 잇따른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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