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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 젠더 정치, 윤 당선인 시험대 올릴 것
영국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한국의 젠더 정치가 차기 대통령을 시험대로 올려놨다”며 “윤 당선자가 성차별 의혹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이었던 작년 8월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의 공부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에 참석해 페미니즘을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로 진단했다. 당시 윤 당선인은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돼서 남녀간 건전한 교제 같은 것도 정서적으로 막는 역할을 많이 한다는 얘기도 있더라”며 “페미니즘도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지, 선거나 집권 연장에 유리하게 하고 이렇게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역시 ‘여성 할당제’를 역차별이라고 발언하고 페미니즘을 ‘복어 독’에 비유하는 등 대선 과정에서 성차별 논란이 커진 바 있다.
이는 선거 결과로 고스란히 나타났. 2030 여성들의 절반 가량이 윤 당선인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줬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의 젠더 갈등 이슈는 ‘이대남(20대 남성)’ 등 2030세대의 남성 표를 얻는 데 유효했지만 결과적으로 여성 표를 잃어버렸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역효과를 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젠더 이슈는 차기 대통령인 윤 당선인이 풀어야 할 과제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출산 보이콧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선 “윤석열 임기 동안 출산하지 않겠다”는 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윤 당선인이 제시했던 여성가족부 폐지, 성범죄 무고죄 강화 등이 반발을 사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회는 윤 당선인의 당선 발표 이후 성명을 내고 “혐오 선동과 젠더 갈등의 퇴행적이고 허구적인 틀을 적극 활용해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다”며 새 정부에 성평등 실현을 위한 책무를 다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윤 당선인 측은 한국에선 구조적인 성차별이 없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
◇ 젠더 갈등, 대선 마케팅으로 등장, 외신서 비난
외신 등에서도 윤 당선의 젠더 인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BBC 등에선 2020년 고용노동부 자료를 근거로 “한국은 여성의 평균 임금이 남성의 67.7%로 선진국 중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가 가장 크다”며 “기업 임원진에서도 여성 비율이 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성범죄 처벌 역시 관대한 편이란 지적이다. 10년간 성범죄자 가운데 28%만 실형을 선고받았고 41.4%는 집행유예, 30% 정도는 벌금형을 받는 데 그쳤다. 그런 가운데 불법 촬영물 가해자의 98%는 남성이고 피해자의 80%는 여성이다.
가디언도 “한국은 K팝과 드라마의 성공에도 여성 인원에 대해선 국제사회 하위권”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2021년 세계경제포럼(WEF) 글로벌 성 격차 보고서에서 156개국 102위에 그쳤다.
AP통신은 “한국 여성은 수 년간 뿌리 깊은 남성 우월주의에 맞서 싸우며 느리지만 꾸준히 전진해왔는데 최근 한국 대선을 통해 취약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남성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여가부 폐지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예정된 상황에서 젊은 여성의 표심을 잃어버리는 젠더 갈등을 다시 선거 전략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또 여성가족부 폐지를 위해선 국회가 정부조직법 개정에 동의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더불어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하는 ‘여소야대’ 정국이 될 것으로 보여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