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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의 여론조사이야기]①민심은 천심이다

박수익 기자I 2013.07.11 09:00:01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이사] 링컨대통령은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으로 손꼽힌다. 현재 미국인들 중 링컨을 직접 겪어본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링컨은 왜 미국인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고 존경받는 것일까. 링컨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게티스버그의 연설이다.

그 유명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말한다. 링컨의 업적은 노예 해방에만 그치지 않는다. 링컨이 아직까지도 위대한 지도자로 평가받는 것은 바로 ‘국민을 위한’ 정치에 있다.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것은 바로 국민의 여론을 존중하는 정치이다. 민주주의 이론을 본격적으로 파고들지 않더라도 여론을 존중하는 정치야 말로 손에 잡히는 민주주의이다.

왕조시대에는 여론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민심’이라고 지칭되었다. ‘민심’이 중요하기는 하였지만 왕심이 더 중요하게 작동되었다. 오죽했으면 왕권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신성한 권리라고 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신하들 역시 민초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보다는 왕의 눈치를 보기에 더 급급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왕은 모든 법보다 위에 군림했고 민심은 그냥 참고 사항이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를 돌아볼 때 성군으로 평가받는 왕들의 공통점은 민심을 적극적으로 헤아렸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세종대왕은 세금 제도와 관련해 17만여명의 백성들에게 의견을 물었다는 역사적 기록이 있다. 어떤이들은 우리 나라 여론조사의 기원을 세종대왕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조선 후반기 중흥기를 가져왔던 영조와 정조도 마찬가지였다. 요즘으로 하면 현장 좌담회라고 할 수 있는 민생탐방으로 민심을 청취했다. 말 그대로 태평성대는 백성들의 마음을 잘 헤아린 통치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민심은 여론이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여론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한 국민 여론도 매우 다양하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 여론의 중요성 못지 않게 국민의 여론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더없이 중요해졌다. 2차대전으로 유럽과 전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은 히틀러는 여론을 상징적으로 조작한 추악한 인물이었다. 히틀러는 나치의 방식으로 국민여론을 측정해 마치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조작했던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여론조사가 매우 중요해졌다. 통신수단의 발달로 2차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여론조사가 가능해졌고 보편화됐다. 이제는 국가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국민 여론을 사전에 측정하고 분석해 반영하는 것은 일상적인 절차가 되었다. 여론을 파악하는데 여론조사가 중요한 만큼 정확하게 조사되고 지혜롭게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1994년 멕시코와의 자유무역 협정을 앞두고 미국 국민들의 여론은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클린턴 대통령은 멕시코와의 협정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지금 당장의 여론은 소극적이지만 10년 이후의 발전을 고려할때는 긍정적일 것이라는 것을 여론조사를 통해 분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론이 국민들의 의견을 수집한 것이라면 여론조사는 국민들의 여론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하는 도구이다. 여론조사의 결과를 맹신하는 것을 넘어 국민 여론을 진단하고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 그래서 무엇이 우리 국민들에게 그리고 국가에 더 이로운지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무바라크 철혈통치를 무너뜨리고 등장한 것이 이집트 무르시 정권이었다. 그러나 고작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무르시 정권도 무너졌다. 국민의 여론을 살피지 못한 정부는 군부 정권이든 민주 정권을 표방하든 미래는 없다.

최근 여의도 정치는 NLL 공방으로 연일 시끄럽기만 하다. 국민여론은 이미 NLL은 우리가 수호해야할 대상이고 더 이상 비생산적인 공방으로 국력을 소모하지 말라는 경고를 연신 보내고 있다. 팍팍해진 살림살이에 우리 국민들은 여전히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지금 여의도 정치가 반드시 기억해야할 말이 생각났다. 민심은 천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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