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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꼭 먹어야 하나?" vs "도축용은 상관없지 않나"

조민정 기자I 2021.11.05 09:19:27

[동물학대 이제 그만]③
문 대통령 "개 식용 금지 신중히 검토"
동물권 단체 환영…발언 검토 촉구하기도
vs"소도 애완용으로 키우는데 개만 금지"
"평생 보신탕집만 해왔는데 어떻게 사나"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가 늘면서 보신탕을 먹는 것도 동물학대라는 문화가 점점 퍼지고 있지만 개인의 취향을 규제하는 건 기본권 침해라는 목소리도 아직 높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라 개는 가축으로 분류되지 않고, 식품위생법상 식품에도 포함되지 않아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법적인 사각지대를 해결하지 않는 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7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서 보낸 풍산개 ‘곰이’와 원래 데리고 있던 풍산개 ‘마루’ 사이에서 새끼 7마리를 낳았다며 SNS에 사진을 공개했다.(사진=연합뉴스)
우리 사회의 오랜 난제였던 보신탕 문화는 9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를 언급하며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말하자 각계에서는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10월 31일 열린 국민의힘 대선경선 토론회에서도 논란이 또 다시 불붙었다. 윤석열 예비후보가 “보신탕 문화를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지만 식용개를 따로 키우지 않나”라는 취지로 말하자, 동물보호단체는 “먹어도 되는 개는 없다”라고 비난했다. 반면 전국육견협회는 “맞는 말”이라며 윤 후보의 발언을 옹호했다.

동물권 단체는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를 강조한 만큼 하루 빨리 제도적으로 관철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물권보호 ‘카라’는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 검토를 지시했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며 “보신탕은 선진국이라면 상식적으로 금지해야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이들은 2018년 7월 ‘마루(문 대통령의 반려견)의 친구들을 지켜달라’며 개 식용 금지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했다.

다만 보신탕을 먹는 건 개인의 취향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소·돼지는 도축용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 국민들이 동물학대라는 인식을 갖고 있지 않지만 유독 개에 대해서만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주장이다.

보신탕을 먹어본 적은 없지만 반대하진 않는다는 조모(24)씨는 “애완용을 불법으로 도축하는 게 문제이기 때문에 식용으로 키우면 먹어도 되는 것 아니냐”며 “‘워낭소리(소와 노인의 우정을 다룬 2008년 영화)’ 봤다고 해서 소고기를 안 먹는 것도 아니고, 소도 똑같이 애완용으로 키우기도 한다”며 법적 규제는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보신탕을 판매하는 A씨는 “단골손님들도 자녀들이 먹지 말라고 한다고 잘 안 온다”며 “평생 이것만 해왔는데 지금도 매출이 안 나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정부당국은 개 식용 금지 관련 국민적 합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일 “개고기 식용 또는 금지에 관한 사항은 사회적으로 상반된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해 있어 국민적 합의가 부족한 상황을 감안할 때 이를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도봉구에서 보신탕을 판매하는 음식점. 보신탕이 주요 메뉴지만 삼계탕 등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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