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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내년까지 경제 살리는 골드타임"

이진철 기자I 2016.01.03 11:00:06

경제관련 법안 국회 통과로 불확실성 해소해야
구조조정은 기업 자율에 맡겨야.. 정부는 제도적 뒷받침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유럽경기는 바닥을 찍었고 그리스 재정위기도 안정화됐습니다. 이란 핵 문제도 해결됐는데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나 싶습니다. 다들 허덕일 때 빨리 움직였어야 했는데 국회도 정부도 골든타임이라고 이야기만 했지 해결된 게 없습니다.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 온도차가 너무 큽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3일 신년 인터뷰에서 “2017년까지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자 기회로 올해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회장은 “국회에서 경제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되고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수진작을 위한 정책효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고, 세계경제도 더 나빠질 것이 많지 않다는 전제를 놓고 보면 희망적인 변수가 여러 개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 수억명의 기업인들과 수없이 많은 브레인들이 수천억개의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가 폭풍처럼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우리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행정규제기본법을 사전규제에서 사후규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반기업 정서에 대해서는 “기업인이 기업을 지배하고 있어 사람과 기업을 동일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반기업정서와 반기업인정서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용만 회장과 일문일답 내용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경제 둔화, 엔저 후폭풍 등 삼중고로 올해 경제가 굉장히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기업들도 긴축 움직임에 나서고 있습니다. IMF 외환위기 직전 상황과 비슷하다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오는데 올해 우리경제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IMF 외환위기 때와는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체질이 달라졌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채도 굉장히 줄어 재무구조가 좋아졌고 신흥국에서 선진기업들과 격한 경쟁을 하면서 체질도 강화됐습니다. 다만 세계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 불확실성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금리인상 이후 탈동조화가 이뤄지면서 금리 등 다자간 경제정책 차이가 발생하고 경제현상 차이로 이어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리스크가 있을 것입니다.

-올해 국내는 총선으로 인한 포퓰리즘 리스크도 상존해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새해 가장 우려되는 불확실성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더 좋아질 것이 보이지 않지만 더 나빠질 것도 사실 많지 않습니다. 국내를 보면 작년 하반기 정책효과가 이제부터 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블랙프라이데이를 도입하는 등 여러가지 노력을 많이 했던 것이 조금씩 효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상당 부분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경제주체들도 능동적으로 움직여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올해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감 때문에 기업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노동개혁 입법으로 노동시장 유연성이 더 커지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노사정대타협의 가장 큰 의미는 큰 방향을 놓고 어떤 행태로든지 타협을 이뤘다는 것입니다. 입법화 과정을 통해 불확실성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둡니다.

-지난해 민간에서 자율적인 빅딜이 많이 있었습니다. 정부가 과잉공급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것에 대한 견해는 어떠신가요.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과연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습니다. 개별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빅딜도 하고 구조조정을 하는데 법제화나 제도를 통해 도와주는 것은 가능하지만 정부가 주도해서 구조조정한다는 것은 오늘날 시대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정부는 산업 전체라는 큰 시각에서 문제가 있는 산업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그 다음에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조정할 때 그것이 원활하게 되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9월 노사정대타협 이후 결실을 본 것이 없습니다. 기업들에게 도움이 되려면 어떤 화두를 꺼내서 해결하는 게 좋을까요.

△노사정대타협 이후 후속 입법은 물론 시급히 법제화가 해야 하는 다른 법안들이 국회에서 보류되고 있는 것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이제 기업과 경제단체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따가운 눈을 상당히 의식하는 것 같으니깐 조만간 결론이 나지 않을까 희망적으로 생각해봅니다. 행정규제기본법은 빨리 통과가 돼서 우리나라 규제의 틀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대기업이 큰 제품을 개발해서 일어나는 혁신보다 조금한 창업기업들이 일어나면서 세계기업들이 관심갖는 분야가 폭풍처럼 바뀌고 있습니다. 어지간한 건 아이디어 나오는대로 해외하고 경쟁하려면 바로 사업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옛날 시절의 프레임을 가지고 허락해주는 것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사후규제를 중심으로 네가티브 입법의 행정규제기본법으로 바꿔야 합니다.

-국회에서 원샷법이나 행정규제기본법의 발목을 잡는 이유가 반기업정서에 따른 재벌특혜 지적입니다. 반기업정서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반기업정서와 반기업인정서는 구분해야 합니다. 그것이 구분될 때 반기업정서는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부와 여야 모두 경제주체들을 성숙하게 대접해줘야 합니다. 원샷법도 10대 그룹은 안 된다고 하면 11대 그룹은 회사 성장기회가 있어도 10대 그룹에 들어가지 말자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요. 중소기업의 피터팬증후군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기업에 대한 경제집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보니 중견중소기업들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것인데 감정적인 차원에서 적개심을 키워나가기 시작하면 해결은 점점 어려워집니다.

-상의 회장으로서 그간 성과와 앞으로 계획은 무엇입니까.

△경제를 살리고 기업인들의 경제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게 상의의 존재이유인데 치우치지 않은 목소리, 옳은 이야기를 하려고 애쓰는 것을 국민들도 봐주는 것은 잘된 것 같습니다. 대통령 순방시 기업인들이 사절단으로 동행하는 것도 대한민국만의 고유 모델로 정착한 것도 큰 성과입니다. 반면 우리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개혁이나 서비스산업 발전 등 장기 어젠다들을 지적만 했지 실제로 개선되는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새 경제팀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세계경제가 뉴노멀 저성장 시대로 가는 시기에서 발표한 정책을 일관되게 수행하고, 입법부와 협조해서 기업들이 일을 벌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박용만 회장 약력

△1955년생 △서울대 경영학과 △보스턴대학교 경영학 석사 △한국외환은행 △OB맥주 부사장 △두산그룹 기획조정실장 △㈜두산 대표이사 사장 △두산중공업 부회장 △오리콤 회장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두산 대표이사 회장 △두산그룹 회장 △서울·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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