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내년도 예산안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드는 의문은 삭감의 주체나 피해를 겪은 이들과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했고, 국민에게는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했는가라는 점이다.
올해 R&D 예산 삭감은 사실 기존 중복 사업이나 나눠먹기 예산 등 비효율과 낡은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대목도 있었다. R&D가 어떻게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예산이 몰리는 곳에만 몰리는 등 비효율적인 부분도 있었다는 건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다. 한 과학계 인사는 “현장에 비효율이 있다면 같이 고민해서 이를 바꿔나가면 될 일”이라며 “과학자, 교수들이 현장을 더 잘 이해할텐데 현장의 주체들과 공감대 형성이 부족해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내년에 예산이 증액되더라도 성과나 혁신이 부족한 사업, 단순 보조금식 사업 등은 계속 구조조정을 한다는 방침이다. 그렇다면 해당 사업들이 어떠한 부분이 문제였고, 개선됐는지가 투명하게 제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은 국가 미래를 위해 중요한 만큼 파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이들 연구는 국민을 위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최근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명분이 없는 일방적인 삭감으로 사기와 의욕이 떨어졌다고 답했다. 연구중단, 계약 연장 등 피해사례도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학생 연구원의 경우 생계까지 곤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정책 추진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정부는 다양한 주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고, 어떤 부분이 왜 개선돼야 하고 어떻게 바뀌어나가고 있는지를 제시해 과학자들과 국민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