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최근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과잉재고 우려로 인해 주가가 추락하고 있는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 업체인 나이키(NKE)에 대해 유독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는 월가 투자은행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오마르 사드 에버코어ISI 이사는 8일(현지시간) 미국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나이키의 재고 증가 우려에 대해 “재고 문제가 다소 완화할 수 있다”면서 그 근거로 “스니커즈 운동화 수요 증가라는 슈퍼사이클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최근에 더 많은 사람들이 스니커즈를 신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기간 동안 사람들의 발은 스니커즈와 같은 신발이 가져다 준 편안함에 절대적으로 익숙해졌고, 이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상적으로는 불편한 신발로 돌아가는데 주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이키야 말로 이 같은 스니커즈의 슈퍼사이클에서 가장 큰 수혜를 누릴 수 있을 만큼 최고의 포지셔닝을 갖춘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나이키는 최근 20여년 간 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보다 초과 수익을 기록하는 우량주였고 소매업종의 선봉장 역할을 해왔지만, 유독 올 들어서는 지금까지 45%나 주가가 하락하며 같은 기간 21% 하락한 S&P500지수보다 2배 넘는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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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중국 내에서의 수요 불확실성으로 인해 과잉재고 우려가 커진 탓인데, 사드 이사의 전망처럼 스니커즈 슈퍼사이클이 나이키 주가를 끌어 올릴 수도 있겠지만 소매업계 전반적인 재고 증가 우려를 능가할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실제 최근 나이키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었던 애드리엔 이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는 “이번 연말 쇼핑대목인 홀리데이 시즌이 매우, 매우 힘든 시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소매 수요도 줄어들 수 있지만, 나이키 전체 매출의 55%에 이르는 도매부문에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단기적으로나 중기적으로 우려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올 연말 줄줄이 출시되는 나이키의 신작 제품 수요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올 미국프로농구(NBA) 개막 직전인 11월에 출시될 르브론 제임스 협업 제품인 ‘르브론XX’와 12월에 출시될 마이클 조던 복고풍 시리즈가 얼마나 인기를 끌 지 주목된다. 예년에는 신작을 구매하기 위한 인파가 매장 앞에 긴 줄을 이룰 정도였다.
아울러 중국에서의 매출 불확실성도 또 하나의 변수다. 현재 중국에서는 다수 매장이 영업 정상화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 지난 분기 중국에서의 코로나 봉쇄로 인한 매출 감소로 나이키 실적에 큰 악재가 됐었다. 매트 프렌드 나이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환율 영향을 빼고도 2022회계연도 4분기(4~6월) 중국 매출은 20%나 줄었고 EBIT가 55% 줄었다”며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중국에서의 코로나 영향으로 인한 매출 감소는 일시적일 수 있지만, 중국 자국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초기 징후도 나타나고 있어 이를 일시적인 영향으로만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반기에 중국 스포츠 브랜드인 리닝의 중국 내 매출은 22%나 늘었고, 안타 역시 점유율이 14%나 늘었다”며 “이 탓에 나이키는 12%, 아디다스는 35%나 매출이 줄어 아직은 불확실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