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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국내 유일 펄프·제지 '일관화', 무림P&P 울산 공장을 가다

박경훈 기자I 2018.01.29 06:00:06

生펄프 만들어 고품질 종이 생산…펄프 산업소재화 집중
국내 유일의 펄프공장이자 국내 최대 너비 제지공장
펄프 제조과정 부산물인 '흑액'
연소시 생산하는 전기 에너지로 공장 연간 사용량의 절반 담당

무림P&P 울산 공장에서 제지가 생산 중이다. (사진=무림P&P)
[울산=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지금은 ‘펄프’하면 흔히 종이의 원재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래에는 펄프가 플라스틱·필터 같은 바이오복합소재, 심지어 당(糖) 성분만 추출해 식품용으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최강 한파가 전국에 불어닥친 지난 26일 울산 울주군 온산공단.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정유·화학산업단지인 이곳에 국내 유일의 펄프 공장이자 단일라인 기준 국내 최대 너비(8.7m) 제지공장인 무림P&P(009580)가 위치했다. 무림그룹 산하 3개 제지업체 중 하나인 무림P&P는 표백화학펄프와 인쇄용지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지난 2016년 기준 매출 5986억원, 영업이익 135억원을 올렸다.

(그래픽=이서윤 기자)
공장 한 바퀴 걷는 데만 40~50분

이날 안내를 맡은 이형수(60) 공장장은 울산 공장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일관화’를 들었다. 울산 공장은 1974년 정부재투자기관인 ‘대한화학펄프’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민영화 과정을 거쳐 2008년 무림그룹이 인수한 후 2011년 제지공장이 펄프공장 옆에 들어서며 펄프와 제지를 동시에 생산하는 일관화 공장을 완성했다.

이 공장장은 “일관화 공장의 첫 번째 장점은 고품질 종이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펄프는 죽처럼 묽어서 무게가 많이 나간다. 이런 이유로 제지사는 해외에서 펄프를 수입할 경우 건조한 상태로 들여온 후 다시 물로 불린다. 반면 울산 공장은 생(生) 펄프를 그대로 제지 제작에 사용해 고품질 종이 생산이 가능하다. 실제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 대부분 종이 회사들은 이같은 일관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무림P&P 울산 공장, 제지 생산설비는 약 700m 길이다. (사진=박경훈 기자)
그는 일관화 공장의 또다른 장점으로 “공장에 쓰이는 각종 에너지를 스스로 조달하는 것”을 들었다. 펄프 제조과정에서 부산물인 ‘흑액’이 생긴다. 이를 연소할 때 발생하는 증기 에너지 전량(연간 약 236만t)은 다시 쓰인다. 증기와 함께 생산되는 약 27만㎿의 전기는 공장 연간 사용량의 절반을 담당한다. 이 공장장은 “증기 에너지 사용으로 기름 보일러에 비해 약 15%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 공장은 전체 면적 58만 9500㎡(약 18만평) 규모다. 공장을 한 바퀴 걷는 데만 40~50분이 걸린다. 이 때문에 본관에서 사전 설명을 들은 후 공장까지는 차량을 이용해야 했다. 펄프 생산 과정은 증해(蒸解·삶고 찌기)→세척→표백→건조→마감 순으로 이뤄진다. 그 시작은 목재칩(Chip)부터다. 이 공장장은 야적장에 쌓여 있는 칩을 가리키며 “울산 공장은 국내산 참나무와 베트남산 아카시아 나무 등을 원재료로 쓴다”고 설명했다. 공장 안에 들어서자 말로 설명하기 힘든 특유의 냄새가 느껴졌다. 이곳에서 목재칩은 증해라 불리는 고온·고압의 찌고 삶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세척·표백·건조를 거치는 데 중간마다 순수한 펄프 성분인 섬유소만 분리해 내는 과정이 이어진다.

무림P&P 울산 공장에서 생산한 펄프 제품이 창고에 쌓여있다. (사진=무림P&P)
“매출 중 인쇄용지 비율 낮추는 게 목표”

바로 옆에 위치한 제지 공장으로 들어갔다. 비교적 최근(2011년)에 세워져 얼핏 봐도 펄프 공장보다 깔끔해 보였다. 종이 생산 과정은 펄프 투입→초지(抄紙·탈수와 건조를 통해 종이를 뽑는 공정)→가공(코팅)→마감으로 이뤄진다. 우선 펄프를 물과 약품 등을 혼합해 반죽 상태로 만든다. 이후 탈수·건조를 거치면 수분 함량 약 4~5%의 두루마리 형태 종이로 바뀐다. 한 롤의 무게만 100t에 달한다. 코팅·광택을 거치고 재단·포장을 마치면 우리가 생각하는 종이로 바뀐다.

하지만 시장에서 볼 수 있는 크기는 아니다. 무림에서 생산하는 제지 대부분은 일반 소비자가 아닌 유통사로 납품하기 때문이다. 이들 유통사는 다시 각자 용도에 맞게 종이를 재단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이 공장장의 목표는 전체 매출 중 인쇄용지 비율을 낮추는 것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종이 수요가 줄면서 그룹 차원에서 인쇄용지와 비인쇄용지, 펄프를 활용한 신소재 사업 비중을 각각 4대 3대 3으로 맞추는 ‘4:3:3’ 비전을 발표했다”며 “울산 공장은 특히 펄프의 산업소재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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