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뮤지컬 ‘엘리자벳’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관객의 시선은 무대 위에서 열창하는 엘리자벳 역의 배우 옥주현을 향했다. 2막을 대표하는 넘버 ‘아무 것도’를 부르던 옥주현의 눈가는 이미 촉촉해져 있었다. 누구보다 자유를 원했으나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워하는 엘리자벳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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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연에선 초연부터 이번 다섯 번째 시즌 공연까지 엘리자벳 역을 맡은 옥주현이 주역으로 나섰다. ‘엘리자벳 장인’이라는 별명답게 무대 위에서 옥주현은 팔색조 매력을 발산하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서커스 광대를 동경하며 귀족으로서의 격식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철부지 같은 소녀의 모습, 황제 프란츠 요제프와의 행복한 결혼, 시어머니인 대공비 소피와의 갈등 등 기구한 인생을 깊이 있는 연기로 표현했다.
1막의 대표 넘버 ‘나는 나만의 것’에선 자유를 갈구하는 엘리자벳의 심정을 특유의 가창력으로 소화하며 강한 호소력을 발휘했다. 쉽지 않은 고음에도 흔들리지 않는 가창력을 통해 “내 주인은 바로 나야”라는 가사에 모두가 공감하게 만들었다. 공연 내내 복잡한 감정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지칠 법도 하지만, 커튼콜에선 실존 인물의 초상화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환한 미소로 관객에 화답했다.
옥주현은 이번 ‘엘리자벳’ 개막을 앞두고 캐스팅 논란 등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무대에선 논란에 아랑곳 하지 않는 열연으로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옥주현은 첫 공연 무대인사를 통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10주년까지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다.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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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벳’은 2012년 국내 초연 당시 1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작으로 떠올랐다. 그 비결 중 하나는 한국 공연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무대 연출이다. 이중 회전무대와 3개의 리프트, 그리고 11미터에 달하는 브릿지를 활용해 무대 예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레베카’ ‘모차르트!’로 잘 알려진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작가 미하엘 쿤체 콤비의 유려한 음악도 170분의 공연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다만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일부 장면은 국내 관객 입장에선 낯설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번 공연은 ‘엘리자벳’의 국내 초연 프로덕션을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공연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이번 공연 이후 연출·무대·안무·의상 등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옥주현, 노민우, 강태을 외에도 이지혜(엘리자벳 역), 신성록, 김준수, 이해준(이상 ‘죽음’ 역), 이지훈, 박은태(이상 루케니 역) 등이 출연한다. 오는 11월 13일까지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