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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제4 이동통신, 기대와 현실

이데일리 기자I 2024.06.17 06:30:00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오랜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올 초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제4 이동통신에 대해 주파수 할당 대상 법인 선정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조금 더 빨리 결정을 내렸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이동통신 서비스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의존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그러므로 품질 좋은 이동통신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유사한 서비스를 두고 여러 사업자가 경쟁하면 결과적으로 소비자 후생이 증대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경제 상식이다. 이는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소비자들은 제4 이동통신사의 시장진출이 그동안 고착화되어 있던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 긴장감을 줌으로써 서비스 품질 향상과 통신 요금 하락에 기여하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정부도 이를 염두에 두고 오래전부터 제4 이동통신사의 시장 진입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부터 시도된 정부의 제4 이동통신사 발굴 노력은 일곱 차례나 실패했다.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고자 했던 사업자들은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드는 이동통신사업에서 그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확신을 주지 못했다. 정부도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을 기대했으나, 이동통신 서비스의 파급력을 고려할 때 충분한 능력이 없는 사업자에 대해 허가해주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던 중 2018년 12월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되어 이동통신사업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되었다. 등록제라는 것은 등록에 필요한 요건만 갖추면 누구에게나 이동통신사업자 지위를 준다는 의미다. 새로운 사업자가 원활히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그 문턱을 낮춰준 것이다. 이러한 제도 변경 하에 2023년 7월 처음으로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 공고가 있었고, 지난 1월 주파수 할당 경매를 통해 주파수 할당 대상이 결정됨으로써 제4 이동통신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선정된 사업자도 언론 설명회를 자청해 자신들이 충분히 사업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동통신사업은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가 있어야 가능한 사업인데 사업자는 어떻게 투자 비용을 조달할지에 대해 시장이 신뢰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시민단체에서도 사업자에게 자본금, 주주, 투자계획 등을 공개할 것을 계속해서 요구했다. 사업자는 2월 초에는 자본금이 2000억원 규모라고 하다가 급기야 5월 초에는 500억원을 먼저 마련했다고 공개했다. 이렇게 되니 오히려 시장의 의심은 증폭되었고 정부는 사업자가 스스로 제시한 자본금 납입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이유로 결국 지난주 주파수 할당 대상 선정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사업자가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아무리 정부가 문턱을 낮춰주고, 필요하면 정책금융도 지원한다고 하지만, 이동통신사업은 기본적으로 사업자 자신이 상당한 수준의 투자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사업자가 스스로 조달하겠다고 주파수 할당 신청서에 적시한 자본금 2050억 원을 마련했음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설사 시장에 진입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이동통신 3사보다 더 나은 점이 있을지, 소비자들이 바라는 통신요금 인하는 이뤄지지도 못하고 정부에 손을 벌리기만 하는 것이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부의 결정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시장 생태계를 위해서는 오히려 잘한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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