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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난 타개를 위한 ‘통 큰 합의’ 절실하다

논설 위원I 2016.11.09 06:00:00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합의로 추천하는 인사를 국무총리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어제 국회로 정세균 국회의장을 전격 방문해 10여분 남짓 만난 자리에서다. ‘김병준 총리’ 카드를 엿새 만에 사실상 철회한 박 대통령은 “권한 부여에 대한 논란이 없도록 깔끔히 정리해 달라”는 정 의장의 요청에 “총리가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부와 입법부 수장의 회동치고는 매우 짧은 시간에 그쳤지만 오고갈 얘기는 대충 다 나눴다는 점에서 여야 영수회담의 전초전 내지 간접 영수회담이라 할 만하다. 문제는 진짜 영수회담이 언제 열리고, 어떤 수습책을 내놓느냐다. 박 대통령과 정 의장의 회동으로 야권이 내건 영수회담 전제조건은 대부분 충족됐다. 특검은 이미 수용됐고 국정조사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총리 추천권을 국회에 넘기는 것은 실질적인 정권 이양이나 다름없다.

남은 쟁점은 대통령의 지위 문제다. 앞으로 15개월 이상 남은 임기를 ‘식물 대통령’으로 국한하느냐, 아니면 국가원수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인정하느냐를 결정해야 한다. 즉, 국방·외교·통일 정책과 관련한 외치(外治)의 최종 결정권까지는 인정하느냐의 여부다. 야당이 주장하는 ‘2선 후퇴’가 어디까지인지, 박 대통령이 말한 ‘내각 통할’이 어디까지인지가 여전히 불분명하다. 정국 불안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도록 그야말로 ‘깔끔한 정리’가 필요한 대목이다.

이날도 야당 대표들은 박 대통령의 회동 요청을 거부하고 일부 의원은 국회 입구에서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문전박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박 대통령에게는 굴욕일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라며 자괴할 게 아니라 ‘다 내려놓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최순실 일파에 우롱 당했든, 본인이 국정 농단에 관여했든 더 이상 대통령 직책을 온전하게 수행하기 어려워진 만큼 사즉생의 각오가 요구된다. 그러지 않으면 정국 수습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깨달아야 한다.

야권도 박 대통령의 ‘찔끔 사과’만 질책할 게 아니다. 성난 민심에 편승해 반사이익이나 누리려는 안이한 자세로는 수권능력을 결코 입증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 철회가 야당 지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현실을 직시하라는 얘기다.

최순실 `국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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