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두 시장에서 자산운용 경험을 쌓은 글로벌X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한국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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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이익 침해시 소송도 가능…자발적 G 투명화 기대”
한국 시장의 후진적인 지배구조 문제를 언급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사례가 LG화학(051910)의 LG에너지솔루션(373220) ‘쪼개기 상장’이다. 지난달 7일 글로벌X 뉴욕 본사에서 만난 일리 우 글로벌X 지속가능투자 스트래티지스트는 “미국에서도 대주주가 결정한 경영사항에 대해 소액주주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다”면서도 “행동주의 펀드들이 이 같은 결정에 반대표를 행사하거나 경영진 행위가 일부 법률 및 수탁 책임을 위반할 때에는 개인 주주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을 법으로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기업들은 극히 꺼리는 분위기다. 개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할 경우 기업이 막대한 보상을 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미디어 기업 IAC는 자회사 매치그룹을 물적분할해 나스닥에 상장할 때 IAC 주주들에게 매치그룹 주식 85%를 현물 배분했다.
한국에서처럼 소액주주를 보호할 법적·사회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도 지배구조 투명화가 답이 될 수 있다고 우 스트래티지스트는 짚었다.
그는 “모든 기업들이 지배구조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아니라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기업에는 ESG 평가기관들이 약간의 추가 점수를 부여한다”고 했다. 지배구조가 투명한 기업은 장기적으로 더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장기적으로는 지배구조 공시를 의무화하지 않더라도 기업 스스로 정보를 더 많이 공개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란 설명이다.
우 스트래티지스트는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 공시와 ESG 평가기관에 응답하는 기업들이 이런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투자대상 기업에 직접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며 압박하지 않아도 충분히 자정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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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의견을 적극 대변해 대리투표 행사에 적극적인 AB자산운용과 ESG 경영을 알아서 잘 하는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글로벌X가 바라보는 투자 방향은 큰 틀에서 같다. 대주주뿐 아니라 일반주주 이익은 물론 좀 더 다양한 이해당사자를 고려한 투자가 지속가능하다는 것이다.
우 스트래티지스트는 “직접 압력을 가하지 않더라도 대주주와 소액주주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회사에 투자하려고 노력한다”며 “특정인들에게만 집중해 다른 이해관계자를 무시하는 경영진이 있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X가 지난 2016년 출시한 KRMA ETF가 대표적이다. ‘카르마’로 발음하는 이 ETF는 인과응보라는 뜻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기업에 투자하면 좋은 수익을 거둘 것이란 기대를 담고 있다.
KRMA는 고객과 주주뿐 아니라 공급업체와 자사 직원, 지역사회 등 다중이해관계자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에 투자한다. 좋은 제품이 나오고 좋은 성과를 내려면 사회(S)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이득이 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한 예로 글로벌X 측은 직원 복지가 회사 이익성 측면으로도 이어지는 것을 몸소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X는 작년 뉴욕 경제매체 크레인슨뉴욕비즈니스와 민간리서치회사 BCG에서, 올해는 글로벌 컨설팅기업 그레이트 플레이스 투 워크에서 ‘일하기 좋은 직장’ 인증을 받았다. 2년 연속이다. 지난 2020년 운용자산 200억달러에서 2021년 4년 300억달러, 같은해 400억달러를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이러한 요인도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투자대상 판단 기준으로서의 ESG 활용은 앞으로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투명한 지배구조 등 ESG 경영이 기업의 장기적 성장성과 주가상승의 원동력을 증명하는 지표로 쓰이고 있어서다.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ESG 경영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