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오는 10월부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시행이 순탄치 않다. 준비과정에서 불거지는 불협화음 탓에 진행과정이 지지부진하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 가입자가 요청하면 병·의원이 전송대행기관(중계기관)을 거쳐 보험사에 진료비 세부 내역서와 처방전, 영수증 등 각종 서류를 전송하는 서비스다. 국민 대다수가 가입해 ‘제2의 국민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는 절차가 까다롭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병원에서 진료비 세부 내역서와 진단서 같은 서류를 받아 보험사에 보내는 과정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가입자가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보험금 청구 서류를 전송대행기관을 거쳐 보험사에 전송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편리하게 보험금을 받을 길이 열리게 됐다. 하지만 최근까지의 논의 과정에선 4000만명에 이르는 실손보험 가입자, 즉 국민의 편익은 찾아볼 수 없다. 병원에서 보험사에 전산화해 전송하지 않는 데이터에 대해선 실손보험 가입자가 예전처럼 직접 종이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데다 보험금 청구 간소화의 핵심이자 보험금 지급 사유인 ‘비급여 코드’ 통일 논의조차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 병원과 보험사마다 천차만별인 비급여 코드 탓에 보험금 지급을 위해 현재처럼 보험사와 가입자가 ‘수기작업’을 이어가야 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청구 간소화 서비스가 사실상 ‘반쪽짜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보험업계 의료계가 각각 주장하는 바가 다르다 보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논의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의료계는 실손 청구 간소화가 보험업계의 이익만 대변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가입자의 의료정보를 집적하면 이를 보험금 지급 방어나 보험 재가입 거절에 악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과 고충을 인지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비급여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료계 반대 목소리에 국민의 편익은 뒷전이다. 반쪽짜리 출범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선 어느 때보다 정부의 강력한 중재와 추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