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화웨이보다 뒤처진 국산 통신장비 개발 일정 때문이 아니라, 국민이 5G 서비스를 체감하는 단말기 때문이라도 정부가 ‘세계 최초’라는 말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5G 단말기 출시는 2019년 2분기에 가능하고, 5G 주력 주파수인 3.5GHz 기간망 적용 장비(기지국 장비)는 9~10월까지 개발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삼성 계획대로라면 정부가 목표로 한 2019년 3월에는 핸드셋 형태의 삼성 5G 단말기는 출시가 불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삼성은 올해 초 평창올림픽때 평창규격으로 5G를 시범서비스했을 때도 태블릿 형태로 공급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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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의 과기정통부 입장은 세계 최초 상용화 일정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나, 17일 황창규 KT회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통신 3사 CEO 회동을 계기로 변화의 가능성도 감지된다.
국민들 입장에선 LTE로도 부족함을 느끼기 어려운데 국산 장비·단말기 개발 일정도 맞지 않는다면, ‘세계 최초’ 상용화로 화웨이 등 외국기업에 신기술 테스트베드 자리만 내줄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삼성이 9~10월까지 3.5GHz 주대역 상용 장비를 내놓는다 해도 장비 개발을 마친 화웨이와 비교 시 안정성이나 가격에서 밀릴 수 있다”며 “삼성 장비로 2019년 3월 세계 최초 상용화를 해도 수년 내에 업그레이드된 삼성 장비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통신사들은 당장 5G 상용화 때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수 천식의 장비를 사야 하는데, 삼성이 9월 이후 내놓을 장비로는 전력 효율화 문제 등이 있어 얼마 되지 않아 새 장비로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대 수천 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화웨이 장비 도입을 공식화한 LG유플러스가 1만식 정도의 화웨이 장비 구매를 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SK텔레콤과 KT도 긴장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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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좀 더 현실적인 목표를 갖고 국내 5G 산업 생태계를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5G 세계 최초 상용화 시점을 2019년 3월로 했을 때만해도 3월이냐, 6월이냐는 큰 의미가 없다고 했지만, 언제부터인지 2019년 3월이라는 숫자에 집착하는 모양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국산 5G 장비·단말기 생태계를 위한 걱정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 최초 상용화 일정을 늦출지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유 장관은 지난 5일 기자단 워크숍에서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 한다는 것은 서비스가 나와야 하는데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은 단말기이고 그 단말기는 통신 장비에 접속된다”며 “결국 우리 산업이니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로) 나가는데 그런 의미가 희석된다면 (세계 최초) 의미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내년 3월 상용화하려면) 단말은 나와야 하는데. 쏟아져 나올 필요도 없다”고 말해, 국민이 잘 안 쓰는 태블릿형 5G 단말기로도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선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