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극한의 긴장.. 그래도 지켜야죠” 사명감 꽉 찬 이 사람들

박진환 기자I 2024.06.20 05:55:00

■극한 넘는 공무원④-관세청 부산본부세관 항만감시요원들
부산331호 탑승 박성찬·김근수·김명화·김민섭·박종혁·김승범
韓 수출입 컨테이너의 77% 처리관문인 부산항서 국경 사수
마약·무기·밀수등 국민생명·안전 위협하는 물품들 감시·검색
365일 24시간 위험도사리는 바다 한가운데서 묵묵히 헌...

슈퍼맨은 아닙니다만 우리 일상을 지켜주는… . 정부 부처나 지자체 공무원 또는 준공무원들 중엔 겉으로 잘 드러나진 않지만 고강도의 고된 업무를 하는 공무원들이 많다. 본지는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공공복리를 위해 묵묵히 애쓰는 공무원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부산세관 항만감시요원이 현장 확인을 위해 감시정에서 해당 선박으로 넘어가고 있다. (사진=부산세관 제공)
[부산=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XX호, 세관입니다. 작업 멈춰주세요. 승선하겠습니다.” 대형 컨테이너선에 올라선 관세청 부산본부세관 항만감시요원들은 긴장의 눈빛이 역력했다. 전 세계 바다를 다니는 외항선 특성상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물품 외에도 국내 반입 가능성이 큰 불법 물품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담배나 금괴, 위조 명품 등 밀수물품들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마약 카르텔과 연계해 대형 선박에 몰래 마약을 운반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늘면서 선박에 대한 정밀 탐색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총과 폭탄 등 테러에 사용될 수 있는 무기류까지 불법 반입사례가 종종 적발되면서 모든 항구와 공항에서의 검문과 검색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이다. 국경을 오가는 물품에 관세를 매기는 곳이 바로 관세청(關稅廳)이다. 명칭에 있는 ‘세(稅)’자 때문에 세금을 걷는 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관세청은 마약과 무기, 밀수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국경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부산본부세관 소속 박성찬(54·가운데 왼쪽) 계장과 김근수(54·왼쪽 2번째)·김명화(40·오른쪽 2번째)·김민섭(42·오른쪽)·박종혁(36·가운데 오른쪽)·김승범(32·왼쪽) 주무관이 부산331호 감시정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부산세관 제공)
부산세관 항만감시요원들, 부산항에 입항하는 모든 선박 감시·검색

부산본부세관 소속으로 부산331호 감시정에 탑승 중인 박성찬(54) 계장과 김근수(54)·김명화(40)·김민섭(42)·박종혁(36)·김승범(32) 주무관 등을 비롯해 부산세관의 80여명의 항만감시요원들은 7척의 감시정을 통해 부산항에 입항하는 모든 선박을 감시·검색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외항선에 대한 검색은 주로 내항보다는 외항에서 진행된다. 항구의 바깥쪽에 위치한 외항에서의 검색은 배와 배 사이를 넘어다니는 일 자체에 안전사고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특히 강풍이나 파도가 심할때나 야간에 이동 시에는 사고 위험이 수배 이상 높아진다.

컨테이너선에 올라선 항만감시요원들은 우선 선장에게 면세품 보관함을 보여달라고 요청한 뒤 서류상 적힌 담배와 술 등 면세품과 실제 물품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했다. 이어 각 선원들이 머물고 있는 선실을 모두 살펴본 뒤 배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기관실로 향했다. 김승범 주무관은 “서류에 기재된 면세품과 실제 수량이 일치하는지를 체크하고, 맞지 않으면 뭔가 혐의를 두고 조사를 시작하게 된다”며 “승무원 명부도 확인해 승무원이 일치하는지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컨테이너 선박 중에서는 몰래 마약을 숨겨 들어오다 적발된 사례도 있어 이 부분을 가장 주의깊게 살피고 있다”며 “마약이나 총기에 자유로운 우범국에서 출항했거나 경유한 선박을 중점적으로 선정한다”고 덧붙였다.

부산세관 항만감시요원이 마약 등 사회위해물품 은닉 여부 확인을 위해 선박 내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부산세관 제공)
최근 마약의 국내 반입 늘면서 외항선에 대한 마약 등 검색 강화

항만감시요원들은 평균 아파트 5~10층 규모의 대형 선박을 매일 검색한다. 보통 육안으로 보지만 의심이 나면 선박의 선장에게 요구해 각종 구조물의 안쪽을 분해해서 살펴보는 등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날의 연속이다. 몇몇 나라의 선원들은 항상 요주의 대상이다. 체격이 크고 거친 선원들이 많아 배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충돌도 대형 사고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마약이나 총기에 자유로운 나라에서 온 선원들 역시 유심히 살펴야 한다. 심하게 벌어진 벽 사이 틈, 열리지 않는 서랍, 유난히 깨끗한 환풍기, 풀려 있는 볼트, 기관실 내 다른 배관과 달리 유달리 크게 감싸있는 배관 등 조금이라도 수상한 것이 있으면 요원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날도 항만감시요원들이 배 이곳저곳을 검색하자 외국계 선원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요원들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었다. 김민섭 주무관은 “실제 외항선에서 총이나 테이저건 같은 무기류가 나온 경우가 종종 있어 국내 반입을 막기 위해 다양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며 “부산항에는 무역 외에도 선박 수리 등을 위해 입항한 외항선들도 많아 대기하는 과정에서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선원들도 잘 살펴야 한다”고 전했다.

부산세관 항만감시요원이 마약 등 사회위해물품 은닉 여부 확인을 위해 선박 내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
400m넘는 대형 컨테이너선 검사하기 위해 20~100m 높이 승·하선 매일 반복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체감 온도 40도 넘는 바다 위 한복판에서 항만감시요원들은 반나절이 지나서야 검색을 마친 뒤 부산331호 감시정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박성찬 계장은 “그나마 이 배는 상태가 좋은 편이다. 보통 길이가 400m가 넘는 대형 컨테이너선은 일단 배에 오르기 위해 20~100m의 높이를 좁은 밧줄 형태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내려왔다를 반복해야 한다”며 “거친 선원들이 많은 배를 타면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도 종종 있어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잠시 숨을 돌리는가 싶었지만 곧바로 다른 곳으로 출동해야 했다. 대형 컨테이너선에 기름을 넣는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이를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급유선에 도착한 요원들은 곧바로 배에 승선해 신고한 기름양과 적재량, 배에 남은 기름의 양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역한 기름 냄새가 진동했고, 유류 보관 창고를 모두 열고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환경에 매일매일 견뎌야 했다.

김근수 주무관은 “급유선의 적재 확인을 해야 하는데 껌껌한 밤에 흔들리는 급유선에 승선하는 일부터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선박용 면세유가 자칫 시중으로 불법 유통되면 품질이 낮은 경유가 자동차로 들어가면 환경오염은 물론 차량 손상 등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위해가 될 수 있어 철저하게 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항만감시요원이 부산항에서 작업 중인 급유선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
검색에 반발하는 선원들과 충돌 가능성도 높아…365일·24시간 긴장의 연속

각 세관 감시정들은 365일 24시간 순찰 및 감시 업무를 하고 있다. 부산 331호 정장을 맡고 있는 박성찬 계장은 “국경을 감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항상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며 “평상시와 달리 대형 어선이 들어온다든지 수상한 배가 들어오면 무조건 확인해야 하며, 3교대 근무 특성상 24시간 근무해야 하는 날들이 적지 않아 육체·정신적으로 고된 업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마약의 국내 반입을 우려해 선박 내·외부에 대한 검색을 강화하고 있다”며 “다만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선원들도 많아 선실 검색시 이에 반발하는 선원들을 잘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부산항에 입항하는 선박은 하루 평균 128척이며, 정박하는 선박도 230척에 달한다. 부산항은 우리나라 수출입 컨테이너의 77%(2022년 기준)를 처리하는 ‘관문’이다. 이 비율은 2020년(75%), 2021년(76%)보다 상승한 수치다. 부산세관 항만감시요원들은 하루에 부산항을 통해 입·출항하는 128척의 선박 중 2~3대를 선별해 이 같이 불시점검을 벌인다. 선박 검사 후엔 해상 순찰도 나선다. 전국 16개 세관에서 운영하는 감시정은 모두 30척이다. 세관의 국경 보안 업무는 이미 세계적 추세다. 부산세관은 전 세계 어디에서 올지 모르는 모든 위험으로부터 우리의 삶을 지키고 있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