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26일, 대전고법 형사 1-3부 이흥주 부장판사가 무기징역 복역 중 동료 재소자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당시 28)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사형을 선고하면서 한 말이다.
재판부는 “이 씨는 강도살인죄를 저지른 지 2년 만에 살인 범행을 했다. 돈을 위해서라거나 원한 관계에 의해서가 아닌, 뚜렷한 이유도 없이 단순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피해자를 괴롭혔다”며 “짧은 기간 내에 두 명을 살해했고 여러 차례 재소자에게 폭력을 휘두른 이 씨에게 교화 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씨는 2019년 충남 계룡에서 금을 거래하러 온 40대를 둔기로 때려 살해하고 금 100돈과 승용차를 빼앗아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복역하다가 2021년 12월 공주교도소에서 40대 동료 재소자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또 같은 방 동료 2명은 피해자에게 가혹 행위를 지속했으며 상처를 입은 피해자를 내버려둔 채 교도관에게 알리지 않고 가족이 면회를 오지도 못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에게는 원심 징역 2년 6개월과 5년보다 가중된 징역 12년과 징역 14년이 선고됐다.
재판 후 피해자 유족은 “2심에서는 제대로 된 판결을 내려주셔서 유족들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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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유사한 사건과 비교해 사형 선택의 요건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가 부족하다”며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선고가 끝난 뒤 유족은 “이 씨가 무기징역을 받고 석방의 희망을 갖고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참담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형과 달리 무기징역은 20년 이상 복역하면 가석방이 가능하다.
같은 해 ‘인천 미추홀구 강도연쇄살인 사건’ 권재찬도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받았다.
권재찬은 2003년 인천에서 전당포 업주를 살해해 징역 15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뒤 2021년 인천 미추홀구에서 알고 지내던 5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 또 시신 유기를 도운 직장 동료도 살해한 뒤 암매장했다.
1심 법원은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으나 2심과 대법원은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이 씨의 판례와 마찬가지로 “기존 사형수와 비교할 때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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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신림동 등산로 살인 사건’ 범인 최윤종(30)은 성폭행 계획을 세우며 ‘무기징역’, ‘고의’, ‘임도빈’ 등을 검색해 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 최윤종은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가 “강간 살인죄라서 사형이나 무기징역 둘 중 하나인 것 알고 있나”라고 말하자 깜짝 놀라며 “그럼 내가 너무 억울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윤종 사건 피해자 유족은 이를 언급하며 “최윤종은 ‘강간 한 번 하고 살다 나오면 되겠지’ 했나 보다”라며 “성범죄 관련 집행유예라든지 (처벌) 수위가 너무 낮으니까 최윤종 같은 사람들이 (범행을) 계획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씨 사건에서 드러난 낮은 교화 가능성과 최윤종 사건에서 제기된 범죄에 대한 경각심 저하 문제에서 무기징역과 사형 사이 틈새는 뚜렷이 보인다.
지난 22일 최윤종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재판부 판결에도 두 형량 사이를 메울 형벌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재판부는 “계획적인 살인으로 보여 사형에 처할 이유가 있다”면서도 “사형 집행이 멈춘 우리나라에선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해 재범을 막고 참회시키는 게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현행법상 최윤종도 20년이 지나면 심사를 받고 가석방될 수 있다”며 “재범을 막기 위해 출소 이후 30년간 전자발찌를 부착하라”고 명령했다.
최근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를 의식한 듯한 판결이다.
최윤종은 이에 불복해 판결 하루 만에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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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지난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해 사실상 반대 뜻을 냈다. 핵심 논리는 사형제 폐지를 전제로 해야 한다며, 무기징역을 대체하게 되면 전체적인 형벌 수위만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남용되지 않도록 선고 가능한 범죄를 구체적으로 열거하자는 의견도 내놨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부터 사형제의 위헌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4년 넘게 결론 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