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III Batch-II 모델은 3000t 규모의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장보고-III Batch-I) 대비 크기와 배수량이 커졌습니다. 탐지 능력과 표적처리 성능이 개선된 전투체계와 소나체계가 탑재됩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위한 수직 발사관도 Batch-I의 6개 대비 4개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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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重, 예가 보다 높은 가격 제시 ‘실격’
그런데 이번 사업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이번 수주전에서 HD현대중공업이 ‘실격’ 처리된 것입니다. 제안서도 제출했고 프레젠테이션(PT)도 정상적으로 진행했지만, 방사청이 제시한 예정가격(예가) 이상의 가격을 써내 협상대상자에서 아예 제외됐습니다. 매우 이례적입니다.
방사청이 제시한 이번 장보고-III Batch-II 3번함 예가는 약 1조1600억원이었습니다. 제안업체는 이 예가 이하로 입찰해야 합니다. 그 이상의 가격을 써내면 협상대상자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규정상 예가의 100%부터 96%까지는 감점을 받고, 95% 이하로 가격을 써내야 비용평가 부분 만점(20점)을 받습니다.
이 때문에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과의 경쟁을 의식해 딱 95% 수준인 1조1020억원을 써냈습니다. 예가의 100% 가격을 투찰했어도 1순위 업체가 되는 한화오션 입장에선 결과적으로 580억원의 손해를 보게 된 셈입니다. 한화오션이 ‘입찰방해’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입니다. 이에 더해 한화오션에 비해 기술점수도 뒤처지고, 군사기밀 탈취로 인한 보안감점(1.8점)이 부각될까 ‘꼼수’를 썼다는 뒷얘기들도 나옵니다.
◇“한화오션, 보유 기술 가격 갑자기 증액”
하지만 HD현대중공업 얘기는 다릅니다. 애초에 이번 건조 사업 예가 자체가 너무 낮아 도저히 그 가격에 잠수함을 만들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1년 전 장보고-III Batch-II 3번함 건조 사업 예가는 2번함과 마찬가지로 1조원이 좀 안되는 수준이었습니다.
업계는 원자재값 상승과 전쟁 등에 따른 국제 공급망 불안정성 등의 이유로 1조4700억원 규모를 요구했습니다. 3번함 사업이 1년여 정도 지연된 이유입니다. 재정당국의 증액 심사가 길어졌고, 방사청은 결국 업계 요구 대비 3000억원 적은 예산으로 사업을 발주했습니다. 처음부터 비용 이슈가 최대 리스크였다는게 HD현대중공업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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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III Batch-II의 요구조건 중 한화오션이 보유한 4개의 기술이 있습니다. △수직 발사 체계 △연료 전지 체계 △통합 양강 마스트 △함수부 무장 체계 등입니다. 여기에는 업체 자체 투자 기술도 있고 정부 과제를 통해 획득한 기술도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도 사업 참여를 위해선 이들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화오션으로부터 사와야 합니다. 올해 4~5월께 방사청 원가검증단계에서 이 4개 기술의 가격은 0000억원으로 추산됐습니다.
10월께 이를 통보받은 HD현대중공업은 이 정도 견적이라면 입찰에 참가해 볼 만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돌연 11월들어 입찰 2주를 남겨놓고 한화오션이 확정 제시한 견적은 기존 대비 720억원이나 늘었다고 합니다. HD현대중공업이 이번 사업에서 예가 이상으로 가격을 투찰한 배경입니다. 이 때문에 HD현대중공업은 오히려 한화오션이 ‘공정경쟁’을 방해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 측은 당초 견적은 해외 업체의 자재 단가 등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은 추정치였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화오션이 장비를 만들어 HD현대중공업에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10%의 이윤도 붙였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그 가격 차이는 HD현대중공업이 주장한 720억원의 절반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