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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펀드 지킨 성장금융…'안도의 한숨'

김근우 기자I 2023.04.04 05:26:04

혁신 성장 재정모펀드 위탁운용사 선정
'경쟁 체제' 전환 후 자리 지킨 성장금융
기업구조혁신펀드 캠코 내주며 입지 좁아져
낙하산 논란 여파…핵심 사업 위축 및 인력 이탈

[이데일리 김근우 기자]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성장금융)이 혁신성장펀드의 재정모펀드 위탁운용사 자리를 지켜냈다.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줄곧 운용을 도맡았던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에 내주는 등 입지가 좁아지는 분위기 속 ‘체면치레’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표=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올해 혁신성장펀드 재정모펀드 위탁운용사로 성장금융과 신한자산운용을 선정한다고 지난 31일 밝혔다. 지난해 성장금융과 함께 위탁운용사 역할을 맡은 한화자산운용과, 올해 첫 지원에 나선 IBK자산운용 역시 도전했지만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혁신성장펀드는 성장잠재력이 높은 신산업과 혁신적 벤처 등에 투자하는 대규모 정책 펀드로 5년간 총 15조 원 규모를 목표로 하며, 올해는 3조원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세부적으로는 미래신산업을 지원하는 혁신산업펀드 1조5000억원과 벤처기업의 스케일업을 돕는 성장지원펀드 1조5000억원으로 구성된다.

두 운용사는 혁신산업(성장금융)에 2000억원, 성장지원(신한자산운용)에 1000억원을 재정에서 출자해 만든 재정모펀드의 위탁운용사로 각각 선정됐다. 재정모펀드는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닌 민간 사모펀드(PEF)나 벤처펀드에 간접 투자하는 ‘펀드 오브 펀드’다. 재정모펀드 위탁운용사는 산업은행과 함께 3조원 규모 혁신성장펀드 조성의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자펀드 운용사 선정, 자펀드 투자현황 관리 등의 역할을 맡는다.

성장금융은 혁신성장펀드의 전신 격인 문재인 정부 시절의 ‘뉴딜펀드’의 준비과정부터 함께하며 산업은행의 자금을 맡아 모펀드를 운용했다. 다만 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민간 운용사인 한화자산운용을 추가로 뽑아 모펀드를 함께 운용하도록 한 것에 이어 올해는 성장금융도 민간 운용사와 동등한 위치에서 지원하도록 경쟁체제를 만들었다.

성장금융으로서는 이번 혁신성장펀드 재정모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면서,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성장금융은 지난해까지 세 차례 결성된 기업구조혁신펀드의 운용을 도맡았지만, 4번째 펀드부터는 캠코에 자리를 내주는 등 최근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지난 2021년 불거진 ‘낙하산 인사’ 논란의 여파가 지속되는 분위기다. 당시 성장금융의 투자운용본부장 자리에 투자 경력이 없는 청와대 출신 인사가 선임돼 논란이 커지자 해당 인사는 자진사퇴했다.

이밖에도 성장금융의 핵심 근간인 성장사다리펀드의 만기가 올해인 점과 핵심 인력의 이탈 등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2013년 조성된 성장사다리펀드는 10년으로 설정된 투자 기간이 오는 8월 끝나지만, 이와 유사한 성격의 펀드를 성장금융이 다시 조성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투자운용1본부를 이끌던 황인정 본부장의 퇴사 여파로 중간급 간부나 운용역들 역시 이직을 고민한다는 소문도 심심찮게 들린다.

업계 관계자는 “캠코로 넘어간 기업구조혁신펀드의 모펀드 규모만 해도 1조5000억원 가량으로 성장금융 전체 운용자산 중 20% 수준”이라며 “해당 업무를 하던 직원들도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센티브가 있는 다른 민간 운용사와의 경쟁 구도 역시 인센티브가 없는 성장금융 직원들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정책기관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봐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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