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코너 몰린 이상직 의원, 반전카드 있나

이승현 기자I 2020.07.29 16:38:41

이스타 경영 관여해 놓고 '모르쇠'하며 위기 방관
지분헌납 선언했지만 '노딜' 못막고 '책임회피' 비판만
자녀 편법 승계 의혹도 문제..노조, 관련해 검찰 고발
내주 '이스타 살리기' 청사진 발표..국면전환될까

제주항공이 23일 끝내 이스타항공과의 ‘노딜’(인수 무산)을 선언하면서 이스타항공은 출범 13년 만에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제주항공(089590)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 무산을 놓고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재선 의원인 이상직 의원이 있다.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의 창업주다. 19대 의원을 지낸 이 의원은 20대 때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후 절치부심 끝에 21대 국회에 입성했지만 이스타항공 사태가 벌어지면서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하지 못한 채 검찰 수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정치권에서도 산업계에서도 이 의원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다.

이상직 ‘지분 헌납’ 선언..오히려 상황 악화시켜

이 의원이 책임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창업주이면서도 이스타가 파산 위기에 처하기까지 방관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이스타를 설립한 것은 2007년이다. 이후 2012년까지 이스타항공 회장을 지내다가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 의원 측은 이후로 이스타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이스타 노조는 이 의원이 2018년초까지 경영에 깊이 관여했다고 반박했다. 이것이 이 의원에게 책임의 화살이 돌아가게 된 계기가 됐다.

또 이 의원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가 난항에 빠졌을 때 가족이 소유한 이스타홀딩스 지분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것도 악재가 됐다. 이 의원은 지난달 29일 본인이 직접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이스타 경영진을 내세워 “가족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을 모두 헌납하겠다”고 밝히며 제주항공이 인수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이 회견은 이 의원의 책임 회피, 발빼기용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도 이 같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제주항공은 오히려 이 의원의 저의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고 결국 이스타는 ‘노딜’을 피할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나온 것이 이 의원의 자녀에 대한 편법 승계 의혹이다. 이 의원이 경영에서 손을 땠다고 주장한 2015년, 이 의원 측은 자본금 3000만원으로 자녀들이 주주인 이스타홀딩스를 설립했다. 딸인 이수지 대표가 33.3%, 아들 이원준씨가 66.7%의 지분을 나눠 가졌다. 설립 당시 이 대표는 26세, 이원준씨는 17세였다. 이스타홀딩스는 설립 2개월만에 출처가 불분명한 곳으로부터 자금 100억원을 차입해 이스타항공 주식 약 524만주(68%)를 매입하며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스타 노조와 업계에서는 이 의원 측이 이스타홀딩스가 차입한 자금 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2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가 이상직 의원 일가 고발장 접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여당 의원 관계 기업 지원하자니 ‘특혜’ 논란 우려

이와 관련해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29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이 의원을 조세 포탈과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노조 측은 고발장에서 “이상직 의원은 이 의원의 자녀들이 소유한 페이퍼컴퍼니(이스타홀딩스)에 사모펀드를 통한 자금대여, 선수금 지원 방식 등의 탈법적인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해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가 되도록 했다”며 “이런 행위는 조세 포탈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스타노조는 “이 의원이 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신고한 배우자와 자녀의 재산 내역이 사실과 다르다”며 “이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 의원을 향한 일반 여론도 악화됐다. 민주당의 개혁적 이미지에 맞지 않는 인물이 국회의원이 됐다는 지적이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은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 선거에 단독으로 출마했지만 이스타항공과 관련된 갖가지 의혹으로 인해 자격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국회 의정활동도 사실상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절치부심하며 21대 국회에 입성했지만 이스타 의혹에 발목이 잡히게 됐다.

게다가 정부도 이 의원 때문에 난처한 입장이다. 여당 의원이 관계된 기업을 적극 지원하자니 ‘특혜를 준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항공사가 망하는데 손 놓고 있을 수도 없어 진퇴양난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이 의원이 관계돼 있지 않았으면 정부가 더 쉽게 나설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제주항공 책임론과 전북도 지원론으로 국면전환을 꾀하고 있다. ‘노딜’의 책임이 전적으로 제주항공에 있다고 주장하며 “먹튀”라는 표현까지 썼다. 동시에 이스타항공을 살리기 위해 전북도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의원은 내주 이스타항공 경영진과 함께 ‘이스타항공 살리기’를 위한 청사진을 밝힐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얼마나 진정성 있고 솔직한 해명을 할지와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놓을지에 대해 이목이 쏠린다. 그 결과에 따라 이스타항공의 미래뿐 아니라 이 의원 자신의 정치생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 후보자가 28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스타항공과 관련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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