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노래방 살인사건, 술값 8만원에서 시작된 잔혹범죄

이종일 기자I 2021.05.14 11:42:09

노래방 업주와 손님 술값문제로 실랑이
업주 "현금 8만원 더 내라고 하다가 때려"
집합금지 업소 몰래 영업하다 경찰 신고까지
손님 살해 후 범행 은폐…시신 철마산에 유기
인천지법, 구속 전 피의자심문 예정

살인사건이 벌어진 인천 중구 신포동 한 노래방에 출입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이곳은 상호가 ‘○○○ 노래방’이지만 구청에서 유흥주점으로 허가받은 업소이다.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 노래방 살인사건이 술값 8만원 때문에 실랑이를 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중부경찰서는 14일 오후 2시 인천지법에서 살인, 사체유기, 사체손괴 등의 혐의로 노래방 업주 A씨(30대 중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2일 인천 중구 신포동 한 노래방에서 손님 B씨(40대 초반·회사원)를 살해한 뒤 시신을 여러 부위로 절단해 부평구 철마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당일 오전 2시께 B씨에게 술값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실랑이를 하다가 화가 나 B씨를 주먹과 발로 때려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B씨에게 술값으로 현금 10만원을 내라고 했는데 2만원만 내서 실랑이가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8만원을 더 받으려다가 살인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B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7시30분께 동네 후배 1명과 이 노래방에 와서 A씨에게 선불로 30만원을 내고 놀았다. 후배는 오후 10시30분께 노래방에서 나갔고 B씨는 혼자 더 놀다가 술값 1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현금이 부족했던 B씨는 업주 A씨와 실랑이를 하다가 112로 전화해 “술값을 못냈다”고 말한 뒤 잠시 업주와 대화를 했다. 이어 경찰관에게 “내가 알아서 하는거다”고 말하자 경찰관은 B씨가 신고를 취소한 것으로 여기고 먼저 전화를 끊었다.

2명의 말다툼은 계속됐고 A씨는 노래방에서 B씨를 때려 숨지게 했다. A씨는 집에서 흉기를 가져와 노래방 화장실에서 시신을 훼손했고 비닐봉투에 담아 보관했다. 시신이 담긴 비닐봉투는 A씨가 지난달 24일 승용차에 싣고 부평구로 옮겨 철마산 중턱 수풀에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운영한 노래방은 구청에서 유흥주점으로 허가받은 업소였다.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 상황에서 유흥주점은 정부의 방역수칙상 집합금지 대상이었다. A씨는 방역수칙을 어기고 영업하다가 잔혹한 범죄까지 이르렀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B씨가 (영업금지 상황에) 112에 신고해 화가 나 주먹과 발로 때렸다”며 “죽은 것을 확인하고 시신을 훼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기 실종수사 단계에서 A씨는 “B씨가 실랑이를 하고 노래방을 나갔다”고 거짓진술을 하며 경찰에게 범행을 숨겼지만 인천중부경찰서의 과학수사를 토대로 꼬리가 잡혔다.

인천중부서 관계자는 “노래방 감식에서 확인된 B씨의 혈흔 때문에 A씨가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A씨가 술값 때문에 실랑이가 하다가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숨진 B씨가 A씨를 방역수칙 위반으로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던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업주 A씨의 주장을 모두 믿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인천경찰청은 “B씨의 112 신고 접수 후 긴급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출동지령을 내리지 않았다”며 “당시 방역수칙 위반에 대한 신고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신고전화를 받았던 경찰관이 먼저 전화를 끊은 것은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앞으로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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