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사다리' 다시 놓으라는 文…무주택자 '화' 풀릴까

김미영 기자I 2020.07.03 08:07:11

취득세 인하, 생애최초 특별공급 확대
전월세대출 금리인하, 전월세상한제 카드도
전문가 “방향 전환 잘했지만, 시기 놓쳤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실수요자, 무주택자, 전월세 거주 서민부담을 확실히 줄여라. 반대로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부담을 강화하라.”

6·17 대책 발표 이후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쏟아진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불러 이 같이 주문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으로 무주택자들의 ‘주거 사다리’ 기회를 걷어찼다는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또 집값이 오르는 이유가 다주택자의 투기와 공급부족 때문이라고 보고 , 보유세(재산세·종부세) 강화와 공급물량 신규 발굴을 주문했다. 실수요자에겐 당근을, 다주택자에겐 채찍을 들겠다는 ‘강온전략’이다.

하지만 6·17 대책 보완지시가 아니라 추가 대책을 만들라는 지시여서 규제지역 기분양자 대출 감소, 주택구입시 전세대출 회수 등에 화난 민심을 되돌리긴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또 이날 대통령의 지시는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집값을 잡기에 늦은 감이 높고,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 강화도 내년에나 적용 가능해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란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주택시장 동향 및 대응 방안에 대해 긴급 보고를 받은 뒤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사진은 지난 2월 27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업무보고에 입장하는 모습. 2020.7.2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급 늘리면 집값 또 오를 수도…유동자금부터 거둬야”


이날 대통령은 청년, 신혼부부 등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혜택 확대 및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주문했다. 6·17대책으로 특히 접경지역을 제외한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경기도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반발이 거셌던 터였기 때문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집값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집 사기가 더 어려워진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되던 상황”이라며 “문 대통령이 이들을 달래기 위해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토 대상으로는 우선 생애최초 주택 구입시 취득세를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또 전체 공급물량의 20%인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특별공급 물량을 30% 수준으로 확대하고, 소득 기준 완화도 검토 대상이다. 전월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전월세대출금리도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취득세 완화, 대출 총액 확대, 소득기준 완화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봤다. 다만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재산세 등을 완화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공급 물량 확대 지시엔 서울 도심지 공급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3기 신도시와 같이 수도권 주변부에 공급하는 건 크게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서울 도심에 공급이 늘어야 하는데 가로주택정비사업과 같은 소규모 정비사업들로만은 부족해 정부에서 묘안을 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토부도 현재로선 지난 5월 6일 ‘수도권 주택공급 강화 방안’에서 발표한 ‘도시공급활성화지구’, 공공재개발시 용적률 상향 등을 서둘러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정부가 실수요자 중심, 공급 확대로 방향을 튼다 해도 시기적으로는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교수는 “시장을 옥죄는 방향으로만 가다보니 진퇴양난에 빠졌던 정부로선 잘한 일”이라면서도 “시중에 1100조원 유동자금이 풀린데다 내년이면 또 천문학적 토지보상금이 풀리는 상황에서 공급확대와 일부 규제완화는 집값을 오히려 올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권 교수는 “종부세는 총선 때 약속했듯 1가구 1주택자엔 세부담을 대폭 줄여주고 시중에 풀려있는 1100조원 유동자금을 거둬들일 수 있는 정책부터라 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주택시장 동향 및 대응 방안에 대해 긴급 보고를 받은 뒤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 [사진=연합뉴스]


◇종부세법 처리한다 해도…“시장 반응, 정부 기대와 딴판일 것”

문 대통령이 여당을 향해 지시한 ‘종부세법 개정안’의 우선 처리는 이미 예견된 것이어서 영향력이 제한적이란 평가다. 이는 12·16대책에서 발표했지만 20대 국회에서 처리 못한 법안으로, 다주택자에 최고 4% 세율을 매기는 게 골자다. 법안 통과시 3주택 이상 혹은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종부세율이 기존 0.6~3.2%에서 0.8~4.0%로 오른다. 다주택자 본인이 살지 않는 집을 팔도록 유도하기 위해 세부담을 대폭 올리겠단 취지다. 또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을 보유한 사람에 대한 세부담 상한이 200%에서 3주택 이상 보유자와 똑같이 300%로 오른다. 주택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부담 증가가 커진단 의미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의 종부세율이 당장 이달 중 야당의 반대를 뚫고 국회를 통과한다 해도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당장 올 여름 통과되든, 12월에 통과되든 적용시기는 내년이기 때문이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보유세를 올리겠다는 건 이미 예상된 수순”이라며 “어차피 올해 보유세는 정해져 있고 올라도 내년부터 오르니 올해 집값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봤다. 서울 송파구의 C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종부세 올라봤자 집값 오르는 것에 비하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종부세를 무서워하지 않는 강남 다주택자들이 물건을 안 내놓으니 집값이 더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필요시 추가대책을 주문하면서 6·17대책에서 빠졌던 경기 김포, 파주 등이 조정대상지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이와 함께 추가적인 조치로는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를 각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으로 격상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아울러 서울에선 용산 정비창 일대와 잠실 마이스(MICE)·영동대로 복합개발 일대 주변으로 토지거래허가제도 적용 지역을 넓힐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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