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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의 발톱' 드러낸 美연준…금리 인상 시점 1년 앞당겼다(종합)

김정남 기자I 2021.06.17 07:12:30

연준, 15~16일 이틀간 FOMC 6월 정례회의
올해 성장률·인플레이션 전망치 일제히 상향
점도표상 1년 앞당긴 내후년 금리 인상 무게
연준 "경제지표 강화"…이번달 테이퍼링 논의
증시 즉각 반응…뉴욕 3대 지수 일제히 하락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5~16일(현지시간) 열린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CNBC)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서서히 ‘매의 발톱’을 들 채비다. 연준이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논의를 시작하며 시장 예상을 깨고 매파(통화 긴축 선호) 색채를 드러냈다. 기준금리 인상 전망 시기는 내후년에 무게를 두며 1년 앞당겼다.

연준 점도표, 내년 금리인상도 7명으로 늘어

연준이 15~16일(현지시간) 이틀 일정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 이후 공개한 점도표를 보면, FOMC 위원 18명 중 내년 기준금리 인상을 점친 위원은 지난 3월 4명에서 이번에 7명으로 늘었다. 점도표는 FOMC 위원들이 추후 적정 기준금리 수준을 각자 찍은 걸 시각화한 것이다. 7명 중 2명은 0.50~0.75%로 현재 제로 수준(0.00~0.25%)에서 두 차례 인상할 것으로 점쳤다.

주목할 건 내후년(2023년)이다. 내후년 제로금리가 이어질 것으로 본 위원은 18명 중 5명에 불과했다. △0.25~0.50% 2명(한 번 인상) △0.50%~0.75% 3명(두 번 인상) △0.75%~1.00% 3명(세 번 인상) △1.00~1.25% 3명(네 번 인상) △1.50~1.75% 2명(여섯 번 인상) 등으로 각자 얼마나 올릴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지만, 늦어도 내후년부터는 올린다는데 무게가 실린 것이다.

연준은 석 달 전인 3월만 해도 인상 시기로 오는 2024년을 찍었다. 당시 내후년 인상을 점친 위원은 8명으로 절반 이하였다. 그런데 3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 전망 시기를 1년 앞당기는 식으로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이다.

이는 연준 자체 전망에 근거한 측면이 있다. 연준은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7.0%로 상향했다. 3월 전망치인 6.5%에서 0.5%포인트 올렸다.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상승률 예상치는 2.4%에서 3.4%로 상향 조정했다. 근원물가 역시 2.2%에서 3.0%로 높여 잡았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등이 기록적인 폭등세를 이어가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5월 P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6%를 기록했다. 노동부가 2010년 11월 관련 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같은 달 CPI 상승률이 거의 13년 만에 가장 높은 5.0%를 기록했다. 미국 동부의 중심인 뉴욕주와 서부의 중심인 캘리포니아주가 팬데믹 이후 실시한 규제를 대부분 풀기로 하면서, 경기 회복세는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FOMC는 앞서 통화정책방향 문구에서 “팬데믹이 미국과 전세계에 걸쳐 엄청난 인적, 경제적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경제 활동과 고용 지표가 강화했다”고 수정했다.

테이퍼링 논의 개시…3대 지수 하락

연준은 초미의 관심사인 테이퍼링 논의에 착수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을 논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앞으로 몇 달간 테이퍼링 논의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올해 남은 FOMC 정례회의는 △7월 27~28일 △9월 21~22일 △11월 2~3일 △12월 14~15일 등이다. 8월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석하는 잭슨홀 미팅도 있다. 연준이 이 중 한 회의를 골라 테이퍼링을 공식 발표하고 이르면 올해 말 테이퍼링을 개시할 것이라고 시장은 보고 있다.

파월 의장은 “FOMC 위원들은 경제가 상당한 추가 진전으로 나아갈 것을 기대한다”며 “테이퍼링을 하면 앞서 미리 알려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고용난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은 더 높고 지속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테이퍼링 개시에 대해 한층 전향적으로 바뀌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파월 의장은 다만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점도표는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며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은 기준금리 인상과 거리가 멀다”고 했다.

시장은 이날 연준을 예상보다 매파적이라고 진단했다. 애버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의 제임스 맥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예상과 달랐다”며 “연준은 금리를 더 빠르게 올려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고 했다.

증시는 즉각 반응했다.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77% 하락한 3만4033.67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24% 하락한 1만4039.68을 나타냈다. 푸르덴셜의 퀸시 크로스비 시장전략가는 “이번 성명 이후 증시는 매도로 반응했다”고 했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6.64% 오른 18.15를 기록했다.

글로벌 장기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FOMC 발표와 함께 치솟기 시작했고, 장중 1.594%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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