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부동산PF가 멈췄다...1년여만에 215% 늘린 캐피탈사 비상

전선형 기자I 2022.08.19 05:30:13

본업 밀리자 PF에 몰려...대형 3사 1분기 잔액만 3조
일부 사업장 디폴트로 연체 발생...현대캐피탈 등도 투자

[이데일리 전선형 김정현 기자] “대구에서만 사업장 20~30곳의 공사가 중단됐다. 땅 입지가 좋으면 다른 시행사랑 수의계약을 해서라도 초기에 투자한 자금(브릿지론)을 회수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연체만 불어가는 구조다.”(대형 증권사 IB임원)

대구지역을 시작으로 부동산 경기침체 시그널이 강해지면서 금융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뒤늦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돈을 쏟아부은 캐피탈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부 사업장은 이미 디폴트(원금 상환 만기일에 지불 채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며 연체가 발생하는 등 자금이 묶인 상황이다.

18일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형 캐피탈 3사(현대ㆍKBㆍ하나캐피탈)의 1분기 기준 PF 잔액은 3조65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2021년 말 대비 175%로, 약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2020년 대비로는 3배 증가했다. 지난 2019년 6344억원에 불과했던 캐피탈사 PF잔액은 2020년 9725억원, 2021년 1조749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지난 2020년 4072억원에 불과했던 부동산 PF규모가 2021년 8067억원으로 두 배 불어났고, 올해 3월엔 1조632억원이 됐다. KB캐피탈도 2020년 2210억원에서 2021년 5641억원으로, 올해 3월엔 1조3651억원까지 증가했다. 하나캐피탈도 2020년 3443억원에서 올해 3월 6374억원으로 늘었다.

금융사들은 부동산 호황이 계속되자 PF 비중을 대거 늘려왔다. 이 중 캐피탈사들의 경우 사업 초기에 자금을 대는 브릿지론으로 보통 투자하는데, 최근 본PF로 연결이 안되면서 발이 묶이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실제로 올해부터는 없던 연체율이 발생했다. 1분기 기준 연체율은 현대캐피탈이 1.69%, KB캐피탈이 0.73%, 하나캐피탈이 0.78%다. 캐피탈 대부분이 브릿지론 위주로 부동산PF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자금 회수시점이 지난 채권들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는 의미다.

브릿지론이란 시공 이전 토지매입이나 인ㆍ허가, 시공사 보증에 필요한 자금을 공여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시행사가 개발사업을 진행하려면 땅을 구입해야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자금을 대주는 것이다. 시행사는 땅 개발과 관련한 사업계획서와 시공사(건설사) 사업참여 의사를 확인하는 의향서, 토지매매계약서를 내고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융사는 사업타당성 등을 심사해 계약금과 사업비 등을 대출해준다.

브릿지론은 본PF가 발생하기 전 단계의 대출이기 때문에 사업을 추진하는 도중 개발 인ㆍ허가가 나지 않는다거나, 갑작스럽게 시공사가 빠지며 개발이 무산될 수 있어 리스크가 크다. 특히 브릿지론은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짧다.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으니 금융사에겐 매력적인 상품이다. 보통 1금융권인 은행은 들어가지 않고, 캐피탈ㆍ저축은행 등이 주로 브릿지론을 판매한다. 특히 최근 2년간 부동산이 부흥기를 누리면서 캐피탈사들은 더더욱 수익성을 쫒았다. 부동산PF 선순위 투자조차 4~5% 수준의 수익률이 났다. 중순위는 6~8%까지 보장됐다.

낮은 조달금리도 캐피탈사들이 브릿지론 투자를 늘린 이유다. 2년 전인 2020년 8월 18일 기준, 금융채(무보증) 3년물 A+ 금리는 2.070%다. 1년물은 1.839%다. 반면 캐피탈사들의 주영업인 오토할부금융(수입차 신차 기준)의 경우 계약기간도 2~3년 단위로 길고, 3~6%대 수준의 금리를 받는다. 최근엔 카드사와의 경쟁으로 금리가 더 낮아져 수익성은 더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본PF로 넘어가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며 위기감이 고조됐다. 본 PF로 넘어가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대출 금융사가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실제 최근 대구지역 2개 사업장에서 진행한 브릿지론 2곳에서 연체가 발생했다. 이 중 1곳은 2600억원으로 규모가 상당하다. 여기에 참여한 캐피탈사는 총 6곳 정도다. 현대캐피탈과 우리금융캐피탈, 한국투자캐피탈 등이 선순위와 중순위에 들어갔다. 그 중 현대캐피탈은 180억원 규모로 선순위에 참여했다. 그러나 본 PF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지난 2월부터 연체가 발생했다. 이자를 받지 못한 것이다. 현대캐피탈에 그간 없던 연체율이 발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해당 사업장은 부지가 경매에 붙여졌으나 대구지역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8차례 유찰됐다. 금액은 200억원 이상 떨어졌다. 현재는 새 수의계약을 맺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분양결과 등은 장래 분양이 예정돼 있는 브릿지론에도 영향을 미치고, 최근 금리와 시공비 인상으로 인해 프로젝트 원가가 올라가며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이미 올해 상반기 일부 지방 브릿지론에서 본PF 미진행으로 인해 사업이 무산된 경우가 발생했고, 하반기 이후에도 동일한 형태의 신용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미지=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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