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부자들은 에코백 들고도 '에르메스' 입는다

백주아 기자I 2022.01.23 07:30:00

<백주아의 찐부자 리포트>
샤넬 등 명품 가방 대중화 됐지만 쉽게 살 수 없는 아이템은 '명품 옷'
패션업계 "명품 옷 소비욕구 큰 찐부자는 가방보다 옷에 돈 더 많이 써"
"한 번 경험하면 저가 브랜드 옷 못 입어..'자기 만족감' 크게 작용"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좋은 소재 꼼꼼하게 가려서 힘을 최대한 빼고 기본에 충실해 입을 때 돈이 가장 많이 듭니다. 골프처럼 패션에서 힘을 빼는 게 가장 어렵습니다. ” (갤러리아 백화점 PSR 회원 A씨)

22일 오후 방문한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에르메스 매장. 대기 등록 후 10여분이 지나 호출이 왔다. 이날 매장에 있는 가장 고가의 의류 제품은 봄 자켓 3238만원으로 전 세계 12개 에르메스 메종에서만 판매되는 한정판 캡슐 라인 제품이다. 나머지 의류 가격은 △티셔츠 60만~100만원대 △스웨터 100만~300만원대 △자켓 300만~800만원대 △코트 800만~1000만원대 수준에서 형성돼있었다.

매장 셀러는 “매장별로 들여오는 상품이 다르고 수량 자체가 워낙 적어 따로 일부 VIP들만을 위한 제품을 빼놓거나 하지 않는다”며 “고객분들이 우르르 몰려 오시지 않기 때문에 한 분당 기본 30분 이상 응대하고 최대한 다양한 제품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릇과 담요 등 실적을 쌓아야 가방을 보여준다는 얘기를 접했지만 실제 현실과 매우 다른 과장된 얘기로 고객 한 분 한 분을 귀중하게 대하는 것이 우리 브랜드의 기조”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 한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에르메스 매장. (사진=백주아 기자)
같은 날 방문한 브루넬로 쿠치넬리 매장에는 은은한 베이지톤의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옷들이 전시돼 있었다. ‘캐시미어의 제왕’으로 불리는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이탈리아 최고 명품 브랜드 답게 백화점 VIP들 사이에서 꾸준히 인기가 높은 브랜드로 꼽힌다. 디자인 자체는 클래식 해도 옷 하나 하나의 디테일한 패턴은 다른 브랜드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이날 매장 앞에 전시돼있는 양털 무스탕 가격은 약 1800만원을 호가했다.

▲서울 강남 한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브루넬로 쿠치넬리 매장. (사진=백주아 기자)
매장 매니저는 “과거에 40대 후반 손님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젊은 분들도 많이 찾고 있다”며 “디자인이 캐주얼하고 컬러도 유행을 잘 타지 않아 평소에 입고 다니기 좋은 데다가 소재가 워낙 고급이다 보니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들이 즐겨입는다”고 말했다.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제품 가격은 △캐시미어 소재 니트 100만~300만원대 △재킷 400만~1000만원대 △셔츠 100만~300만원대 △팬츠&스커트 100만~500만원대 △스니커즈 100만원대다.


▲브루넬로 쿠치넬리 22SS 컬렉션.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명품의 대중화 추세에도 사람들이 쉽게 구매하기 어려운 품목은 바로 옷이다. 최근 샤넬과 에르메스 등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오픈런에 나서는 소비자들로 매장 구경조차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지만 의류와 시계, 보석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은 따로 장시간 대기할 필요가 없다. 가방 수요가 폭발적인 것에 비해 옷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일부 소비자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23일 서울 강남 한 백화점 샤넬 매장 앞에 놓인 안내판. (사진=백주아 기자)
패션업계 종사자들은 진짜 부자들은 가방보다 오히려 옷에 더 돈을 많이 쓴다고 입을 모았다. 일반 소비자들이 명품 가방에 집착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가볍고 저렴한 에코백을 들더라도 고급 소재의 명품을 입는다는 설명이다.

국내 유명 패션 기업에 종사하는 MD(33)는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옷은 싼 걸 입어도 가방만큼은 비싼 걸 드는 특이한 경향이 나타난다”며 “그래도 최근 들어 한 벌을 사도 좋은 옷을 사는 방향으로 점점 바뀌어 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로로피아나 22SS 컬렉션. (사진=로로피아나 공식 홈페이지)
특히 가방과 달리 고가의 옷은 구매하기도 어렵지만 되팔기도 쉽지 않아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다. 업계 관계자는 “샤넬이나 에르메스 가방은 가지고만 있어도 가격이 더 오르기 때문에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해도 명품 옷은 중고가 됐을 때 값어치가 큰 폭으로 떨어진다”며 “아무리 명품이 대중화되고 있다 해도 고가의 옷을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한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부자들이 명품 옷을 선호하는 이유는 디자인과 품질의 우수성 때문이다. 명품은 세련되고 고급스러울 뿐만 아니라 착용했을 때 느끼는 ‘편안함’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경험적으로 한번 명품 옷을 입어본 사람들은 저가 브랜드의 옷을 입을 수가 없다.

현대백화점 자스민 회원인 B씨(58)는 “에르메스 100% 캐시미어 코트는 눈으로 봐도 윤기가 좔좔 흐르고 만졌을 때 촉감은 한없이 부드럽고 또 입었을 때는 가볍고 따뜻하다”며 “이런 옷을 입다가 다른 울코트를 입기는 어렵다. 유행이 반복되면서 옷장에 넣어 두고 10년 뒤에 꺼내 입어도 촌스럽지 않고 해서 젊을 때 입던 옷을 요새는 딸이 입고 다닌다”고 말했다.

▲에르메스 2021 FW 컬렉션. (사진=에르메스 공식홈페이지)
강남 찐부자들은 특정 브랜드 제품을 고집하기 보다 좋은 소재로 만들어진 옷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명품을 입는다는 것을 요란하게 드러내지 않아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기 때문이다. 명품 옷을 입기 위해 쇼핑하는 게 아니라 예뻐서 사려고 보니 ‘에르메스’, ‘로로피아나’, ‘브루넬로 쿠치넬리’ 등의 고가 명품 브랜드를 고르게 된다는 식이다.

신세계백화점 트리니티 회원인 C씨(47)은 “취향 문제지만 브랜드 로고가 도드라지게 보이는 다소 유치한 제품 구매는 꺼리게 된다”며 “사람이다 보니 이따금 쨍한 컬러나 독특한 디자인의 옷도 사지만 그래도 자주 손이 가는 건 튀지 않는 무난한 색감의 고급스러운 소재의 옷”이라고 답했다.

명품 소비가 기본적으로 ‘과시 욕구’가 바탕이 된다 해도 일반 소비자들과 대비되는 부자들의 명품 옷 소비는 ‘자기 만족감’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과시 소비를 위해 무리해 명품 가방을 구매하는 경향이 나타나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차마 범접할 수 없는 카테고리가 옷과 주얼리 영역”이라며 “샤넬 가방을 사러 가는 사람처럼 타인에게 보이는 것에 목적을 두는 명품족이 있는가 하면 부자들은 ‘자기 만족’을 위한 소비를 하는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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