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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이 먼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뒤여서 수적 열세에 놓인 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5명이 최저임금 협상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결국 그들의 표결 불참으로 항의 표시를 하는데 그쳤다.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은 앞서 지난 13일 최저임금 논의가 노동계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회의 불참을 선언하고 최임위 회의를 보이콧했다.
근로자위원인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사용자 측은 지난해와 같이 여전히 ‘마이너스’(삭감안)를 주장했고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삭감안 철회 요구에 받아들이기 힘든 수정안을 다시 내놨다”며 경영계를 비판했다.
최저임금 회의에 참여해 조금이라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윤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논의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민주노총이 참여한다고 해서 구도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노동계 표는 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5명만 남게 됐다.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노동계는 수적으로 불리한 구도에서 협상을 벌여야 했다. 수적 우위를 확보한 사용자위원들이 양보할 이유가 없었다.
사용자위원은 마지막까지 최저임금 삭감 혹은 0%대 인상률을 고수했다. 결국 역대 최저인 1.5%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이 결정됐다.
결과적으로 민주노총이 정부측 공익위원과 사용자측 제시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선 피해는 고스란히 저소득·취약계층 근로자들이 입게 된 것이다.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 전 원장은 “민주노총은 각성이 필요하다”며 “결정에 책임을 미루고 피하면, 결국 다른 경제 주체에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올해만 해도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25% 인상률을 제시하고 양보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전투를 통해 뺏어오는 게 아니라면 협상에 나서는 한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2018년 기준 조합원 수가 96만8000명으로, 한국노총(93만3000명, 40%) 조합원 수를 넘어서며 1노총 자리에 올랐다. 그만큼 사회적 책임과 영향이 커졌음에도, 민주노총은 여전히 과거와 같은 낡은 방식의 노동운동만 고집하고 있다. 투쟁이 아닌 대화를 통해 요구하고 수용하는 방식을 받아들여야 할 때다.